자연서 수만년 버틴 구상나무, 인간 때문에 사라진다
자연서 수만년 버틴 구상나무, 인간 때문에 사라진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4.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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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3년간 고산침엽수 집단고사 실태 모니터링
한라산 구상나무 서식지 90% 고사…분비나무도 위험
한라산국립공원(백록담-진달래밭대피소) 구상나무 떼죽음 현장.(사진=녹색연합 제공)
한라산국립공원(백록담-진달래밭대피소) 구상나무 떼죽음 현장.(사진=녹색연합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한반도의 기후변화로 고산지대 침엽수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특히 한국 특산종인 구상나무는 멸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2016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주요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의 아고산대(해발고도 1500∼2500m) 고산침엽수 집단고사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구상나무 군락이었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서식지다. 한라산이 남한 최대 서식지이며, 그 다음이 지리산이다.

녹색연합 모니터링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 서식지는 이미 90% 가까이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리산도 천왕봉과 중봉, 반야봉 일대에서 집단고사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구상나무 집단 군락이 향후 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등재된 국제멸종위기종이다. 1998년 ‘준위협(NT)’에서 2013년 ‘위기(EN)’로 두 단계 상향됐다. 앞으로 구상나무 분포면적이 10㎢로 줄어들면 ‘위급(CR)’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환경부는 국내 구상나무의 개체 수가 적지는 않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구상나무 외에도 대표적 고산침엽수인 분비나무가 태백산, 청옥두타산, 발왕산, 오대산, 계방산, 설악산 등 주요 군락지에서 집단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중봉-하봉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사진=녹색연합 제공)
지리산국립공원 중봉-하봉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사진=녹색연합 제공)

 

이처럼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는 남쪽 지역에서 북쪽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구상나무의 고사는 한라산에서 먼저 나타난 뒤 지리산으로 이어졌고, 가문비나무는 최남단 서식지인 지리산부터 본격적인 고사가 나타나고 있다.

또 높은 고도부터 낮은 고도로 집단고사가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라산과 지리산에선 1800m부터 1700m, 1600m 순서로 구상나무의 집단고사가 이어졌고, 분비나무도 1700m부터 1600m, 1500m로 내려오고 있다.

구상나무는 원래 북반구 한대지방이 고향으로 빙하기 때 번성했다. 남쪽으로 확장된 빙하를 따라 내려왔다가, 빙하기가 끝나 기온이 올라가자 높은 산으로 이동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수만년 동안 자연의 대변동을 견딘 구상나무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단기간에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기온이 오르면서 환경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이런 상황이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고산 침엽수의 집단 고사는 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하면 한반도 산림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문위원은 이어 "환경부가 하루빨리 현황을 파악한 뒤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등록해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백산 분비나무가 뿌리뽑힘으로 쓰러진 모습.(사진=녹색연합 제공)
태백산 분비나무가 뿌리뽑힘으로 쓰러진 모습.(사진=녹색연합 제공)

 

wookle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