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7년 전남 시골마을서 양계장 신축 문제 두고 행정청과 갈등

‘환경쿠즈네츠 곡선’이란 게 있다. ‘∩’자 모양으로 생긴 이 곡선은 국가가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면 환경이 갈수록 깨끗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오염된 환경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경우 환경분쟁이 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환경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그린포스트코리아>와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환경법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혹시 문제는 없는지, 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한다. 구성은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형태로 각색했다.[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2015년 전라남도의 한 시골 마을. 한 농부는 지자체 등 행정청에 양계장 신축을 위해 개발행위허가신청을 포함한 건축허가신청을 했다. 하지만 행정청은 주변 환경오염 피해가 우려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를 반려했다.

양계장주는 이에 반발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라남도행정심판위원회는 양계장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행정청은 반려 처분을 취소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반려 이유는 합당하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결국 양계장주와 행정청 간 다툼은 법원으로 향했다.

2015년 전남의 한 시골마을에서 양계장 신축 문제를 두고 행정청과 양계장주가 갈등을 빚었다.(픽사베이 제공)2019.3.31/그린포스트코리아
2015년 전남의 한 시골마을에서 양계장 신축 문제를 두고 행정청과 양계장주가 갈등을 빚었다.(픽사베이 제공)2019.3.31/그린포스트코리아

양계장주

행정청은 처음에 심의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저의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해당사항을 보충한 후 다시 신청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려를 하더군요. 사전에 없던 요구를 다시 하면서 또 반려하는 게 어딨습니까. 행정심판 결과도 제 입장과 같았다고요. 그런데도 행정청은 또 반려했어요.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입니다.

행정청

양계장 예정지는 주변 마을 경계의 능선입니다. 악취, 소음, 토양오염 및 비산먼지 등으로 마을에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인근 저수지도 마찬가지고요. 자연히 집단민원이 발생해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라남도행정심판위원회가 양계장주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주변 환경오염 등이 우려되는 건 인정했습니다. 저희는 그 이유를 들어 다시 반려한 거고요.

법원의 판단은 제각각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제각각이었다.

 

1심 재판부(2015년 8월)

핵심은 이거네요. 행정청이 악취, 소음, 토양오염, 비산먼지 등 환경오염을 이유로 양계장의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한 것이 재량권 범위 내의 행위로서 적법한가.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개발행위허가의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행정청은 양계장의 각 사항이 그런 불확정개념인 금지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 거고요.

 

이 같은 측면에서 양계장주가 신청한 건축허가는 개발행위를 허가해달란 것인데요, 이는 행정청의 재량이 맞다고 보입니다. 또 양계장주가 신축을 예정한 곳은 악취, 소음,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실제로 존재하고요. 따라서 본 법원은 행정청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2심 재판부(2016년 9월)

행정청이 양계장에 내린 반려처분이 타당한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래서 짓고자 하는 양계장의 상태를 주로 들여다봤는데요.

 

양계장은 무창계사 방식, 즉 창이 없는 밀폐형 축사군요. 외부와 차단된 상태로 악취가 발생할 우려는 낮아 보이는데요? 또한 축사 내외부의 주요 지점들은 콘크리트로 타설했습니다. 오염물질이 토양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했단 거지요.

 

아울러 별도의 폐수를 발생시키지 않고, 닭의 배설물을 왕겨와 혼합해 배출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전량을 외부에 위탁해 처리할 예정인거지요? 먼지를 저감시키는 장치와 먼지의 확산을 방지하는 장치도 모두 설치할 계획이고요.

 

실제로 다른 무창계사를 감정한 결과 300m 떨어진 곳에서는 악취를 거의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환경오염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행정청이 양계장 신축 신청을 반려할 정도까진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행정청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 법원은 양계장주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대법원(2017년 3월)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해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이용실태와 생활환경 등 구체적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굉장히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환경 훼손 등에 관한 문제잖아요.

 

양계장 예정지는 높은 능선에 위치한 개활지로군요. 주변에는 농경지가 펼쳐져 있고요. 양계장은 무창계사입니다. 양계장주는 이에 따라 악취 배출의 가능성이 낮다고 했습니다만, 글쎄요. 무창계사의 경우라도 천장에 설치된 환기구를 통해 악취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럴 경우 양계장 예정지의 특성상 악취를 차단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전혀 없고요. 인근 주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겠는데요?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마찬가집니다. 이건 꼭 동의를 얻어야 해요. 왜냐하면 지자체 조례가 규정하는 사항이니까요. 조례는 “양계장을 신축하고자 하는 자는 300m 이내 지역에 거주하는 세대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런 점을 들어 행정청의 판단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양계장 신축 허가에 대한 반려처분이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결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승태 변호사
이승태 변호사

이승태 변호사

 

이 사건은 양계장의 신축으로 인한 악취, 소음, 토양오염, 비산먼지 등의 발생을 이유로 행정청이 양계장의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한 것이 재량권 범위 내의 행위로서 적법한지 여부를 치열하게 다툰 건입니다.

 

1심 법원의 경우 건축허가는 행정청의 재량권 범위라며 그 판단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판결을 내렸고요. 2심 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했을 때 양계장의 신축으로 발생시킬 환경오염의 정도가 건축허가를 반려할 정도까진 아니라고 봤네요.

 

중요한 건 역시 대법원 판결이겠죠. 대법원은 양계장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환경오염 피해의 방지대책이 실효성 있는지 여부를 매우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단 거지요.

 

이런 대법원의 판단은 유의미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사용으로 환경피해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오염이 발생한 뒤에는 회복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사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연에 우려를 차단해야 한단 거지요.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는 환경과 발전에 대한 리우선언(1992), 유엔기후변화협약(1992) 등 다수의 국제회의에서 채택된 원칙입니다. 위험의 파급효과가 매우 높고 비가역적인 가능성이 있을 경우, 위험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선제적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죠.

 

우리나라는 이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등의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으로 환경보전이 충실히 이뤄지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죠. 환경오염이 비가역적인 피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격한 수준의 사전조치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사전예방의 원칙’의 이념에 따라 판결한 대법원의 판단은 무척 의미가 크다고 보입니다. 이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무척 중요하겠지요?

 

◇이승태 변호사는 제40회 사법시험 합격(1998년), 현재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2015.2~2017.2),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14.11~현재), 한국환경법학회 정회원(2015.7~현재), 환경부 고문변호사(2018.4~현재),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2014.1~현재)로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이 콘텐츠는 환경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환경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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