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이동걸 회장 "근로자 책임 없지 않아" 발언에 반박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책임이 근로자들에게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맥킨지 보고서의 확인 및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대우조선노조의 반감을 키우면서 인수합병 과정이 더한 험로에 접어들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책임에서 노동자가 자유롭지 못하단 이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노조의 목소리를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매각 반대 투쟁에 나선 노조는 줄곧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는 노동자 희생으로 이뤄졌다”며 “앞선 부실사태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산업은행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책임 소재를 두고 서로 도발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M&A협의에 따른 절차상의 문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등이 사안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라 양측이 앞으로 노골적인 감정싸움까지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에 대해 노조가 반박했다.(주현웅 기자)2019.3.28/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7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에 대해 노조가 반박했다.(주현웅 기자)2019.3.28/그린포스트코리아

실제로 노조 안에서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준 대우조선노조 정책실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회장이 언론 앞에서 선동적인 언행을 지속한다”며 “회사의 부실 책임이 노동자에게도 있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서 결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맞받아쳤다.

박 실장은 이어 “산업은행이 회사를 관리한 이래 5000명이 넘는 정규직 인원과 1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인원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며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기본급 10%를 반납함은 물론 그 외 여러 가지 복지를 축소하는 고통 분담으로 흑자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히려 흑자에 다다르는 단계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 비효율적 경영이 이뤄졌다”면서 “예컨대 해외 자회사를 10개 이상 무리하게 늘리는가 하면 그마저도 전부 적자를 냈는데, 굳이 노동자들의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은 정무위 회의장에서 맥킨지 보고서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맥킨지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면서 “맥킨지 보고서 존재 여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맥킨지는 2013년 해양플랜트 투자를 권하는 보고서를 냈다. 일각에선 정부와 조선업계 경영진 등이 이 보고서를 과신하다가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산업 위기를 맞았다고 의심한다.

한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대해 해외 경쟁당국은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한 경쟁축소, 그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거론되고 있어 양사 M&A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최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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