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월동배추 등 월동채소 수확량이 급증해 가격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구온난화로 월동배추 등 월동채소 수확량이 급증해 가격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농업이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온화한 기후로 인해 월동 채소류의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아 25일 공개한 ‘3년여간 월동 채소류 가격현황 및 수급대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무, 배추, 양파, 대파등 주요 월동 채소류의 이달 가격이 2016년 3월과 비교해 43.1~68.6% 하락했다. 무(18㎏)의 경우 1만3606원에서 7741원으로 43.1%, 배추(10㎏)는 1만2005원에서 3766원으로 68.6% 하락했다. 양파와 대파의 값도 각각 59.0%, 51.4% 내려갔다.

이처럼 월동 채소의 가격이 하락한 건 날씨가 따뜻한 까닭에 채소 수확량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실제 월동 배추의 재배면적은 평년보다 1.7% 증가했으나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7.0%나 늘어 전체 생산량이 평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기후 상황에 대한 대비 없이 사후약방문 수급정책에 의존하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질타했다. 올 겨울 날씨가 온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월동채소의 생산량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증가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농식품부가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수매비축에 나서야 했다는 것이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해 8월 겨울철 기후전망을 발표해 이번 겨울의 평년 기온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낮을 확률은 20%에 불과하다고 예보했다.

월동채소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날씨뿐만이 아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입량은 29만742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중국으로부터 매년 22만톤 안팎의 김치를 수입해왔는데, 2016년 12월 한-중 FTA 발효로 관세율이 0.2%포인트 내려가면서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김치가 마늘·고추·무 등 각종 채소류를 혼합해 만든 식품이라는 데 있다. 김치 수입량이 늘어남에 따라 주 재료인 배추는 물론이고 마늘·고추·무의 가격까지 덩달아 폭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산지 폐기, 수매비축 등의 방법으로 월동채소의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월동채소의 수확량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같은 방법으론 월동채소 수급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한반도 날씨는 계속해서 따뜻해지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봄꽃이 지난해보다 10일 정도 빨리 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 지리산 고로쇠수액의 출수 시기가 지난해보다 10일가량 빨라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겨울이 짧아진 현상은 최근에 벌어진 게 아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홍릉 숲의 생강나무, 산수유, 히어리의 개화일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평균 개화일이 생강나무는 3월 15일±4일, 산수유는 3월 21일±7일, 히어리는 3월 28일±6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는 40년 전인 1968∼1975년과 비교해 생강나무와 히어리는 각각 9일, 산수유는 6일 정도 빨라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인 온실가스 수준이 사상 최고치라는 점을 지적하고 “세기말까지 3~5도까지 지구 기온이 오를 수 있으며 인류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 온도가 2도 이상만 올라도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 명이 죽고 세계 각종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월동채소 수확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은 이런 암울한 전망과 비교하면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다만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징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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