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동물·환경 연계한 ‘원헬스'로 사회적 참사 재발 막아야"
"사람·동물·환경 연계한 ‘원헬스'로 사회적 참사 재발 막아야"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3.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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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임상포럼 '원헬스 심포지엄'…수의·환경보건·독성학 전문가들 참여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가정 내 반려동물 사망·건강피해 사례 연구결과 발표
24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한국수의임상포럼(KBVP·회장 김현욱)의 '원헬스 심포지엄'이 열렸다.
24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한국수의임상포럼(KBVP·회장 김현욱)의 '원헬스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병욱 기자 ] #1. 암컷 요크셔테리어 '까미'(6)는 2006년 1월 29일 호흡곤란 증세로 동물병원을 찾았다. 두달 전부터 숨이 가빠지고 운동성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 까미는 혈액검사에서 경미한 적혈구증다증 (HCT 60%) 외에 다른 특이 소견은 없었지만 다음날 중환자실에서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2. 까미와 함께 살던 암컷 믹스견 '두리'(3)도 가쁜 호흡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4주간 치료 후에도 병세는 호전되지 않고 악화돼 안락사 후 부검이 진행됐다. 폐조직검사에서 간질기관지성 폐렴이 진단되었고, 전염성 질환 또는 곰팡이 감염, 독성 노출이 의심됐다. 비슷한 시기 동거견인 '또치', '시원'이의 건강검진에서는 각각 폐 실질 말단 부위의 폐포 침윤, 양측 후엽 및 좌측 전엽의 폐포 침윤 소견이 확인됐다.

#3. 2007년 2월 5일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은 암컷 슈나우져 '큰방'(4)이와 '짝방'(4)이는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모두 전반적인 폐야의 심한 폐포 침윤 소견를 보였다. 산소 공급에도 불구하고 호흡곤란이 악화되고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안락사 후 부검이 진행됐다. 조직검사에서 아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진단됐다. 병력 및 병리소견 상 제초제 중독이 의심되었으나 다른 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환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4. 2011년 10월 6일 암컷 슈나우져 '쿠쿠'(7)가 만성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전신상태는 양호해 보였으나 내원당시 심한 빈호흡이 있었으며 6개월 전부터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 확인되었고 점진적으로 호흡이 빨라졌다. 치료 6주차 증상의 개선이 없고 호흡부전이 진행되어 결국 사망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다양한 종의 반려동물들이 비슷한 시기 한 동물병원에서 숨진 사례들이다. 이 동물들은 나이도 생활환경도 모두 달랐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동물들은 보호자들과 함께 일정기간 가습기 전용 소독제를 넣은 가습기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이력을 갖고 있었다.

한국수의임상포럼(KBVP·회장 김현욱)은 24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원헬스 심포지엄'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흡입으로 인한 가정 내 반려동물 사망·건강피해 사례의 연구결과 등을 공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단 명령이 내려지기 전인 2006년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소아중환자실에서 원인 미상의 호흡부전증 환자가 동시 입원했으나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KBVP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반려동물에서도 원인 미상의 폐 손상과 사망 사례가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마찬가지로 원인규명은 되지 않았다.

김현욱 KBVP 회장은 “비특이적인 질병 발생이 인지되었음에도 수의학에서 질병 모니터 시스템이 부재하고 인의학과 연계된 통합망이 구축되지 않아 추가 피해를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KBVP의 이날 심포지엄은 수의학, 환경보건학, 독성학 등을 망라한 전문가들의 연구 내용 발제와 함께 토론이 이어졌다. 가습기살균제 및 화학물질 독성 문제, 사람과 동물의 공통 질병 예방 시스템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를 직접 조사한 김영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조사2과 팀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발생과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원헬스 개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소개했다.

김영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조사2과 팀장이 24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한국수의임상포럼(KBVP·회장 김현욱) '원헬스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영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조사2과 팀장이 24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한국수의임상포럼(KBVP·회장 김현욱) '원헬스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된 화학물질의 특성과 그에 따른 호흡기질환의 양상,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의 기전, 그 외 호흡기질환의 양태, 화학물질에 의한 동물실험과 인간 사례의 차이를 다뤘다.

황철용 서울대 동물병원 원장은 2008년 및 2011년 사이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 치료한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폐손상으로 추정되는 의심 사례들을 소개했다. 특히 2011년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발표에 앞선 시점에 고양이 환자에서 직접적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의심하게된 의료 기록들을 공개했다.

김현욱 KBVP 회장은 2006년부터 반려견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간질성 폐렴 주요 사례들의 특징과 질병 경과를 살펴보고 원인규명을 위한 노력들과 사람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명했다.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은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자료를 이용한 제품안전점검 결과 위해도가 최소 10에서 최대 10000을 넘는 결과를 확인했다면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흡입 독성 실험 결과에 대한 혼란은 기존 흡입독성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CMIT와 MIT는 그동안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유해성이 없는 것으로 주장했던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주원료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진료에서 원헬스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인수공통감염병 뿐 아니라 인간동물 관계, 질병 정보의 관리와 공유, 동물학대감지, 재난대비 등 인간과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종주 사회적참사 특조위원은 가습기살균제로 반려동물이 죽어간 사례를 중심으로, 미니마타 등 환경재난 때 동물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살펴보면서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은 곧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성 더파워브레인스 대표이사는 사람과 동물의 공통 질병 예방시스템에 대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의 활용법과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미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소개했다.

올해 3월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6309명에 달하며, 그중 사망피해 신고는 1386명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전체 피해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보고서인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범위 확대를 위한 질환 선정 및 판정기준 마련'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국민은 350~400만명 이상이며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의 건강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약 49~56만명으로 추정된다.

김영환 사회적참사 특조위 팀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에서 동물피해 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모든 민·형사 재판의 주요 증거물이 ‘흡입독성시험(동물실험)’ 결과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랫드, 제브라피쉬 정도가 연구에 사용되었을 뿐인 상황에서 사람과 똑같은 환경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개·고양이들의 동물임상자료는 기존 동물실험 설계의 한계나 종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또한 대부분의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에 단종되었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노출 후 8년 이상 지난 생존 동물이 충분히 있다면 피해 인정질환 확대를 위한 만성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wookle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