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 수명 다하는 '수도권매립지' 가보니
서울·인천·경기지역 하루 1만5610톤 폐기물 처리
운영 종료-대체 부지 두고 3개 시·도간 의견 맞서

지난 22일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바라본 청라국제도시.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2일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바라본 청라국제도시.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혐오시설은 매립지에 붙는 단어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 3개 시·도(서울·인천·경기) 쓰레기가 모이는 이곳이 현재 운영 종료 시점과 대체 부지 문제 등을 두고 한창 뜨겁다. 2025년 예상 종료 시점을 늦추지 않겠다는 인천과 어떻게든 이곳에 쓰레기를 더 묻겠다는 서울·경기가 맞서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찾은 지난 22일, 김상훈 홍보팀장은 “폐기물 문제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3개 시·도가 대체부지 선정을 놓고 떠넘기기만 할 뿐 타협과 해결책을 담은 진지한 고민이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는 말투였다. 매립 쓰레기를 묻고 관리하는 공사측은 논의 테이블에도 앉지 못한다. 때문에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도 언론 보도로 확인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에는 지난해 368만3882톤의 폐기물이 묻혔다. 지난해 10월 매립이 종료된 2매립장은 크기가 ‘100만평’에 달했다. 차로 둘러보던 내내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심낙종 홍보차장은 1~4매립장 부지를 모두 합하면 400만평이 넘는다고 말했다. 여의도 면적의 6배 규모(1600만2000㎡)라고 설명했다.

제2매립장에는 600개가 넘는 매립가스포집정이 설치돼 있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제2매립장에는 600개가 넘는 매립가스포집정이 설치돼 있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2매립장 곳곳에는 ‘매립가스 포집정’이라 불리는 갈색 기둥이 눈에 띄었다. 심 차장 말에 따르면 2매립장에만 모두 699개가 있다. 폐기물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가 이 장치로 모여 1매립장과 2매립장 사이 매립가스발전소로 모인다. 이곳에서는 현재까지 약 1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인 총 35억6000만kwh(킬로와트시)의 전기가 생산됐다.

차를 달려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오르자 3매립장이 보였다. 2매립장에서 바라본 3매립장이 '광대'했다. 이 넓디넓은 땅을 대체할 부지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1시간 반 남짓 차를 타고 수도권매립지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폐기물 차량은 끊임없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하루 평균 700~800대에 이른다.

지난 23일 폐기물 차량이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3일 폐기물 차량이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3개 시·도가 혐오시설을 놓고 싸우는 동안에도 하루 1만5610톤(2018년 기준)의 폐기물은 이곳에 묻힌다. 쓰레기양은 서울(46%), 경기(36%), 인천(18%) 순이다. 심 차장은 수도권매립지가 감당하고 있는 매립 대상 쓰레기양이 전국 4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폐기물이 처음 묻힌 건 1992년이다. 서울 상암의 난지도 폐기물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대체부지를 찾아야 했다. 당시에는 일이 쉬웠다. 주민 불만이나 재산권을 신경 쓰지 않고 밀어붙이던 시절이다. 동아건설이 농지로 쓰기 위해 매립하던 땅을 1987년 정부가 헐값에 양도받아 매립지로 조성했다.

27년이 지나 3-1매립장을 사용하게 된 지금 인천 서구는 많이 변했다. 남쪽에는 청라국제도시가 들어섰고, 북동쪽에는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허허벌판에 매립지만 있던 초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9월에는 매립가스포집정 균열로 발생한 악취에 청라국제도시 일대에서 하루만에 민원 100여건이 빗발치기도 했다.

2매립장에서 바라본 3매립장 전경. 사진을 찍는 동안 악취를 느끼지 못 했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2매립장에서 바라본 3매립장 전경. 사진을 찍는 동안 악취를 느끼지 못 했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3매립장을 카메라에 담으며 “냄새가 전혀 안 난다”고 말하자, 심 차장은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괜찮지만 저기압이 심할 때는 악취가 나기도 한다”면서도 “민원이 즉각적으로 오기 때문에 환경관리에 엄청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심 차장은 최근 동남아 등지에서도 견학을 많이 온다며 매립지의 환경관리 기술에 자부심을 보였다. 공학박사인 그가 미국·유럽 등을 다닐 때도 이 정도로 관리하는 곳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토 면적이 좁은 탓에 주민 생활공간이 가까워 발전하게 된 기술이다.

2매립장에서 본 '폐자원에너지타운.'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2매립장에서 본 '폐자원에너지타운.'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3매립장 부지 옆으로는 ‘폐자원에너지타운’이 자리 잡았다. 음폐수바이오가스화 시설의 혐기성소화조에서는 음폐수의 고농도 유기물 분해가 이뤄진다. 하루 500톤을 처리해 약 3만5374㎥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하수슬러지 자원화 2단계 시설 연료로 사용한다. 바로 옆 슬러지건조 연료화 시설에서 화력발전소 보조연료로 쓰이는 유기성고형연료(Bio-SRF)가 만들어진다.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가연성폐기물전처리시설이 자리했다. 하루 200톤의 가연성 폐기물을 처리해 고형연료(SRF)를 만드는 시설이다. 심 차장은 지난해 4월 수도권 폐비닐 대란 때 원인으로 지목받은 건 중국이었지만, 보다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연성폐기물전처리 시설들이 각종 규제에 걸려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도 낮아 오히려 외국에서 목재펠릿을 수입해 쓰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목재펠릿 전량 수입 문제 제기가 지속됨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고시’를 개정했다. 목재펠릿의 REC 가중치를 1.0에서 0.5로 낮췄다. 다만, 고시 개정일 이전 RPS 설비 확인을 신청하고 가중치를 부여받으면 기존 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해 지적받은 바 있다.

하루 처리용량이 200톤인 수도권매립지의 가연성폐기물전처리시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하루 처리용량이 200톤인 수도권매립지의 가연성폐기물전처리시설.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가연성폐기물전처리 시설은 200톤 규모 시범운영을 위해 폐자원에너지타운에 들어왔다. 1000~2000톤 규모의 본 시설 건설 계획은 진행 여부를 알 수 없다. 심 차장은 “석탄화력발전소보다 효율이 높은 SRF발전소가 미세먼지 등 문제로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는 1~2년 내 침출수 무방류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제해 나오는 물을 발전소 냉각수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도 도로용 살수나 매립장 비산먼지 방지에 사용되는 침출수를 무방류 시스템으로 운영해 인근 어민과의 불필요한 다툼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 22일 2매립장에서 바라본 3매립장.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2일 2매립장에서 바라본 3매립장. (서창완 기자) 2019.3.22/그린포스트코리아

2매립지를 내려와 골프장이 된 1매립장을 보며 ‘2025년 매립 종료와 대체 매립장 조성’이란 구호가 떠올랐다. 수도권 3개 시·도와 환경부는 대체매립지 조성은커녕 ‘폐기물 분리·선별 시설’ 등의 문제도 결론짓지 못했다. 3-1매립장 사용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 늘어날 거라는 반발이 있어서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등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는 재활용 정책이 정치 구호에 파묻혔다고 지적한다. 대체매립지 조성도 사용 종료도 현실화하기 힘든 상황에 민원을 고려한 정치 구호만 있을 뿐 폐기물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다는 것이다.

'포장을 줄여 쓰레기를 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에 심 차장은 “그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재활용 대책도 중요하지만, 산업체 제조 공정이나 유통부분 개선도 해야 된다”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