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뮤지션 이매진·밴드마루 보컬 오상우·환경 활동가 조윤환 인터뷰
서울환경련 '그린뮤직챌린지' 프로젝트 동참… 노래로 세상 바꾸는 꿈 꿔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서울환경연합을 통해 환경을 노래하는 '상괭이', '숲숲숲'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매진.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환경연합을 통해 환경을 노래하는 '상괭이', '숲숲숲'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매진.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모두 숲으로 돌아올 거면서 다시 도시 속으로 숨어요. 우린 어디로 도망쳐야 하죠. 그렇게 숲길을 지워가요.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가요."

싱어송라이터 이매진의 '숲숲숲'은 우리 주변의 공원, 숲의 아름다움을 담담히 노래한다. 동네 공원을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나무의 품에 안겨 쉬어갈 수 있는 곳, 친구와 편하게 만나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상큼한 멜로디로 자연스럽게 녹색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지만, 사실 이 안에는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다. 이매진은 2020년 7월부터 시행되는 법으로 서울에서만 71개의 공원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고자 이 노래를 만들었다.

예술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한 줄의 시가 더 깊이 남고, 미술이 영감이 되어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하며, 영화 한편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음악도 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인디 뮤지션들은 노래의 힘을 빌어 우리 주변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린 뮤직 챌린지 프로젝트(이하 그린 뮤직 챌린지)'를 시작했다.

'그린 뮤직 챌린지'는 환경 노래 100곡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매진, 밴드마루, 욜(YóL), 좋아서 하는 밴드 등 아티스트들이 모여 멸종위기 동물이나 미세먼지, 플라스틱 폐기물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환경 이슈들을 노래로 표현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구를 좀먹는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강한 록 음악부터, '한 때 한강을 자유롭게 헤엄쳤던 상괭이를 그리워하는' 잔잔한 어쿠스틱까지. 이들은 노래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 걸까.

그린 뮤직 챌린지에 참여한 이매진씨와 밴드마루 보컬 오상우, 그리고 이들의 매니저를 자처한 서울환경운동연합 조윤환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밴드마루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을 노래한 '플라스틱 월드'를 발표했다. (사진 밴드마루 제공)
밴드마루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심각성을 노래한 '플라스틱 월드'를 발표했다. (사진 밴드마루 제공)

-그린 뮤직 챌린지란 무엇인가

△조윤환: 환경이라는 주제가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어렵고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조금 더 쉽고 재밌게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게 '그린 뮤직 챌린지'다. 프로젝트는 서울환경운동연합 내 '청년잡화'라는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 문제를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 모임 멤버 중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있어 릴레이 형식으로 환경 노래를 발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 무분별한 개발, 사라지는 숲과 공원, 멸종위기 동물, 일상이 되어버린 뿌연 하늘,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 플라스틱 지구, 콘크리트로 막아버린 강물 등 모든 이슈가 노래가 되기에 좋아 보였다.

-노래가 환경을 바꾼 사례가 그동안 있었는지

△조윤환: 지난 2007년 서해안에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가수 이현우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다 살리기에 나섰다. 박정현, 이적, JK 김동욱, 웅산, 양동근 등과 함께 '태안 복구 프로젝트팀'을 결성하고 서해안을 살리자는 내용을 담은 노래 '기적'을 발표했다. 이 노래로 사고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방제작업을 위해 직접 바다로 찾아오기도 했다. 또 노래의 수익금은 전액 태안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조성에 사용됐다. 음악이 사회를 움직이고, 환경도 살린 가까운 사례다.

-그린 뮤직 챌린지 수록곡 중 '상괭이'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이매진: 상괭이라는 노래는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서해, 남해에서 많이 나타나고 한강에서도 살았던 동물이다. 지금은 한강 양쪽이 보로 막혀 있어 바다와 강의 경계가 생겼고, 한강에서 살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곡을 썼다. 가사를 보면 "사실 네게 다가가고 싶지만 결국 널 가지려 할지 몰라 그게 미안해"라는 구절이 있는데, 안타깝게 죽어가는 상괭이를 생각하며 슬퍼진 마음을 대변했다.

-'숲숲숲'이라는 노래는 무엇을 노래하나

△이매진: '숲숲숲'은 2020년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 말하는 노래다. 지금은 개인 사유지를 법적으로 개발하지 못해 공원으로 대신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풀리게 되면 도시의 많은 공원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 도시공원의 80%가 사유지인데, 국가가 땅을 사들이던지 혜택을 줘야 지금도 얼마 없는 공원이 유지될 것이 아닌가. 일몰제가 시행되면 나무도 베어지고 공원이 사라지고 동물들이 살 곳도 없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플라스틱 월드'라는 노래는 어떤 곡인가

△오상우: 처음 플라스틱을 사용했을 때에는 분명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였는데 자꾸 쌓이다 보니까 문제가 되는 모습을 노래하고 싶었다. 나도 플라스틱 회사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는지 잘 알고 있다. 플라스틱이라는 게 알게 모르게 쓰다 보니까 그 양이 상당하다. 안 쓰기에도 참 어렵다. 사실 마냥 사용하지 말라는 것보다 심각성을 알리고 실생활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자는 목소리를 내려고 곡을 발표하게 됐다. 스스로도 반성할 수 있었다.

-노래를 발표하기 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지

△이매진: 서울환경운동연합을 알게 된 지는 3년 정도 됐고, 회원이 된 지는 2년이 지났다. '상괭이'라는 노래를 처음 발표하고 공연이나 같이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요즘 어떤 환경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지,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까 나도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환경을 주제로 한 노래를 발표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이매진: 현재 앨범이 펀딩을 진행 중인데 노래를 듣고 후원을 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공연을 할 때도 '상괭이'를 꼭 부르는데 관객들에게 이 동물을 아냐고 물어보면 모르시는 분들도 참 많다. 메시지나 숨은 뜻을 전해드리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들어주신다.

△오상우: 인디 뮤지션이 앨범을 내고 한 활동을 끝내는 과정이 일반 가수보다는 조금 길다. 앨범에 대한 평가가 몇달 만에 나는 것이 아니라 4~5년이 걸리기도 한다. 사실 지금 성과를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단계다.

-새로운 노래를 준비중인가

△오상우: 요즘은 미세먼지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다. 딸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미세먼지가 '직격타'급이다. 해외로 나가자니 병원 혜택이 줄어들어 걱정이고, 한국에 있자니 미세먼지가 너무 무섭다. 삶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맑은 하늘이 이렇게 귀해졌나 싶다. 하늘이 맑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미세먼지가 나의 하루와 기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노래하고 싶다. 

△이매진: 도롱뇽?(웃음) 동물을 좋아해서 각 동물이나 식물이 하나씩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싶다. 노래 주제는 끝이 없지 않을까. 

-프로젝트를 통해 100곡이 완성된다면

△조윤환: 개인적으로 '그린 콘서트'라는 것을 기획하고 싶다. 콘서트를 한 번 할 때마다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재활용 가능 물품을 사용하거나 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공연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오상우: '엄청 불편한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 관객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할 것이다. 우리 밴드도 공연을 할 때 유리컵으로 음료를 대접한다. 일회용품을 아예 쓰지 않기로 약속했다. 관객분들이 이해해주시고 노력해주시니 가능했다. 그린 콘서트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이매진: 불편한 콘서트에 이런 상상도 해봤다. 음향 장비를 연결할 전력이 없어서 팬들이 직접 자전거로 자가 발전을 해야되는 것.(웃음)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하고 친환경적으로 진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오상우: 환경문제라는 것은 개개인의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가 '범죄'라고 여겨질 만큼 각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도 다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음악을 통해 놀면서, 환경의 중요성까지 알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남 탓을 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니까. 환경을 주제로 한 히트곡도 나왔으면 좋겠다. 꼭 우리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큰 노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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