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초기 모델 B707.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보잉의 초기 모델 B707.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대형 항공사라 해서 대형 항공기만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그렇듯 항공기 역시 모델에 따라 연료 사용량이나 항속거리(연료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 등 성능이 다르다. 항공사는 노선별로 거리나 승객 수를 계산해 그 노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기종을 투입한다. 

노선은 승객의 니즈에 따라 변한다. 항공사들은 단거리 노선의 인기가 높아지면 그에 맞는 기종을, 장거리 노선에 사람들이 몰리면 그에 맞는 기종을 운용한다.

단순히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항공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연료비, 인건비, 유지비, 운송 가능한 승객 수 등 모든 조건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한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항공기의 크기보다는 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판단한다.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항공기 'B737'은 그런 의미에서 항공업계의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B737은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공기’다. 2018년 3월 기준 1만대를 생산했으며 현재도 조립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5초에 한 번씩 B737이 이륙하거나 착륙한다. 
 

대한항공의 B737-800. 보잉의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항공의 B737-800. 보잉의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B737의 성공

B737은 보잉사가 개발한 협동체(소형) 항공기다. 단거리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던 1964년 개발이 시작돼 1968년에 첫 상업 운항이 시작됐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그만큼 파생 기종도 많다. 오래된 순서대로 오리지널(Original), 클래식(Classic), NG(Next Generation), MAX가 있다. 기종 안에서도 크기나 성능에 따라 세부 모델이 나뉜다. 각 모델은 기종 뒤에 숫자를 붙여 구분하며 숫자가 클수록 최신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B737-100보다 B737-900이 최신형이다. 100과 200은 오리지널, 300부터 500까지는 클래식, 600부터 900까지는 NG에 포함된다. MAX는 가장 최신 모델로 MAX7부터 MAX10까지 구분된다.

B737의 판매량은 모델에 따라 다르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B737-800으로 이 모델의 총 판매 대수는 5000대가 넘는다. 한국에서도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이 총 90여대의 B737-800을 운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B737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는 미국의 단거리 전용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750대의 B737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전체 보유 항공기 수가 2018년 7월 기준 159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인도받은 1만대 째의 B737.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인도받은 1만대 째의 B737.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B737 MAX 시리즈  

세계적인 단거리 노선 수요의 증가, 50년의 개발 역사와 노하우, 낮은 사고율 등을 배경으로 B737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저가항공사(LCC)의 등장도 B737의 성공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저가항공사들이 B737을 주 기종으로 띄우고 있다. B737만 사용하는 저가항공사도 있다. 한 기종으로 통일하면 유지비나 정비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30일, 보잉은 가장 최신 기종인 MAX8을 선보였다. 보잉은 B737 MAX가 보다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자부했다.

MAX 시리즈의 항속거리는 6500km 이상. NG시리즈 대비 1000km 이상 늘어나 더 멀리 날 수 있게 됐다. 비행거리 6~7시간의 중거리 국제선을 계획하고 있던 저가항공사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또 항공기 운항 무게를 낮추고 최대 이륙 중량은 늘려 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NG시리즈에 비해 연료 연소율을 14%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 낮췄다. 이는 연간 1억1200만달러(약 1265억936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창출한다. 

항공사들은 앞다투어 B737 MAX를 구매했다. 올해 3월 기준 하늘을 날고 있는 B737 MAX는 총 350대, 사전계약 물량은 4661대에 이른다. MAX 시리즈는 NG 시리즈에 이어 보잉의 또 다른 ‘효자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B737 MAX 시리즈.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B737 MAX 시리즈. 가운데가 MAX8이다.(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두 건의 추락사고 

지난해 10월 29일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610편이 바다에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약 넉 달 뒤인 올해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 302편이 또 추락했다. 이번에도 탑승객 전원 사망했다. 

두 항공기 모두 B737 MAX8이었고, 이륙 후 15분 내외의 짧은 시간 내 컨트롤을 잃고 추락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당연히 기체 결함의 가능성이 시사됐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은 해당 사고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유럽 등 40여개국이 B737 MAX8의 운항을 중단했다. 제조국인 미국에서도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B737 MAX8과 9의 운항을 중지시켰다. 

에티오피아 교통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기의 블랙박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건의 추락사고는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항공사고 조사위원회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 뿐만 아니라 항공기의 승인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장관은 “B737 MAX8의 미국 연방항공청(FAA) 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공식 감사를 요청했다.

지난 11일 보잉의 주가는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했다.

보잉은 B737 MAX8의 조종특성 향상시스템(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지난 17일 보잉은 최고경영자 성명을 내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조종사 훈련 개선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사고 이후 이미 시스템 문제가 지적된 상황이어서 ‘뒤늦은 업그레이드’라는 비판을 받았다.

B737이 현재의 보잉을 있게 만든 ‘공신’으로 남을 수 있을지, 보잉이라는 성을 무너트리는 ‘공성기’가 될지, 세계 항공업계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B737 MAX8. 이 차세대 항공기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B737 MAX8. 이 차세대 항공기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보잉사 홈페이지 제공) 2019.03.23/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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