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생활특성 갖는 말레이곰, 표정으로 소통 가능
다른 포유류도 높은 사교 기술 터득할 가능성 높아

말레이곰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말레이곰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곰, '말레이곰'이 다른 곰의 표정을 정확히 모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연과학전문지 네이처의 학술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는 곰이 ‘표정 모방’을 통해 인간이나 유인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미국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표정 모방은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표정에 대해 유사한 표현으로 반응하는 행위다. 인간과 고릴라를 제외한 다른 동물이 표정을 따라하는 행위가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표정 모방은 인간들의 의사소통 특징으로, 유인원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인식됐다.

그러나 포츠머스대 연구팀은 말레이곰의 의사소통방식 또한 인간과 같은 복잡성을 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일부 영장류가 다른 포유류보다 우월한 의사소통 방식을 갖는다는 주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연구를 이끈 마리나 데빌라로스 박사는 "다른 유인원과 달리 인간과 특별한 진화적 연결고리가 없을 뿐더러 개처럼 인간이 길들인 적도 없는 동물인 말레이곰이 표정 모방을 통해 다른 곰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 외 포유류가 얼마든지 복잡한 사교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말레이곰 컨벤션센터’(BSBCC)에서 보호하고 있는 말레이곰 22마리를 2년간 관찰했다. 나이 2~12세의 곰들은 넓은 공간에 함께 살면서 상호작용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다른 곰과 얼굴을 마주한 말레이곰 중 13마리는 1초 안에 상대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상호작용을 보인 말레이곰 대부분은 격한 놀이보단 조용하고 침착한 놀이를 선호했다. 표정 모방도 거친 놀이를 할 때보다 침착한 놀이를 할 때 더 많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말레이곰이 표정을 따라함으로써 상대와 소통하는 능력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다른 곰과의 사회적인 유대감을 높일 필요를 느끼거나 안정적인 상황에 있을 때 다른 곰의 표정을 ‘똑같이’ 따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데리 테일러는 “두 마리의 곰은 더 거칠게 놀 준비가 된 경우 표정을 모방해 신호를 보냈다”며 “놀라운 점은 말레이곰이 사회적 동물이 아닌, 독립된 생활특성을 보이는 동물인데도 이같이 복잡한 표정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말레이곰 외 다른 포유류도 표정 모방을 할 수 있는지, 표정 모방이 포유류의 보편적 특성인지, 그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심화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에 주로 서식하는 말레이곰은 삼림벌채, 농업, 사냥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개체 수는 감소추세다. 중국에선 새끼 곰을 애완동물로 키우려 엄마 곰을 죽이거나, 담즙을 의약품으로 판매하려 포획하기도 한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다른 곰과 얼굴을 마주한 말레이곰 중 13마리는 1초 안에 상대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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