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소, 경유세 인상이 해법인가?’ 토론회
“경유차 미세먼지 대책, 좀 더 세밀하고 촘촘해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경유세 인상 카드가 ‘미세먼지 해소’ 방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상하더라도 현행 방식으로는 조세 정의와 형평성 측면에서 빈틈이 많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더 세밀하고 종합적인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해소, 경유세 인상이 해법인가?’에서는 기계공학, 환경공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행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삼화(바른미래당) 의원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공동주최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세먼지 해소, 경유세 인상이 해법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3.21/그린포스트코리아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세먼지 해소, 경유세 인상이 해법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서창완 기자) 2019.3.21/그린포스트코리아

이날 토론에는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선유영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안연환 전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영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미세먼지 대책으로서의 ‘경유세 인상’에 빈틈이 많다고 지적했다. 먼저 일률적으로 경유차에 적용되는 세금을 인상하면 ‘조세 정의’ 측면에서 어긋나는 문제를 꼬집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화물 경유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70% 수준이다.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려면 화물차 배출 부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화물차 중 사업용 화물차에 적용되는 유가보조금 등 문제 개선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체 화물차 등록 대수 중 유가보조금 지원대상 차량은 10% 수준이지만, 소비량은 전체 화물차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 교수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는 조세 정의 측면에서 경유세 인상은 공정한 과세논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유차가 지닌 높은 토크(가속도)와 효율적인 연비를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용차 대부분을 경유차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안을 세우지 않은 채 경유차를 폐기하겠다는 정책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전기차 3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유차는 1000만대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3.21/그린포스트코리아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3.21/그린포스트코리아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적극적인 환경기술의 개발과 지원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2014과 2015년 경유차 등록대수가 각각 9%씩 증가했지만, 도로이동오염원에 의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5%씩 감소했다는 관측 결과를 예로 들었다. 기술개발로 미세먼지의 저감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디젤 폐기 대책이 좀 더 촘촘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 전문가간담회 자료를 보면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대형화물(20.3%)과 건설기계(31.1%) 등에 집중돼 있었다. 승용 부분 배출량은 0.8% 정도였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교수가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경유차 992만여대 중 승용차는 576만여대로 58% 정도다. 이는 경유세 인상보다는 대형화물이나 건설기계 등을 규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우리나라 경유 가격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특별히 저렴한 편도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세경제연구원의 2017년 연구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휘발유 대비 경유의 세후 가격 비율은 약 89.1%다. 우리나라는 84.3%였다.

이영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상대적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현저하지는 않다”며 “경유세 인상보다 매연저감장치, 경유차 연령·종류 등을 따져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무엇보다 수송 분야에서 미세먼지 관련한 근본적인 정의와 과학적인 데이터 축적도 중요하다”며 “미세먼지 규제가 입자상 물질(PM)에서 입자개수(PN) 쪽으로도 가고 있는데, 상관관계는 있겠지만 정의가 불명확해 과학적인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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