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추천자 불합격시킨 뒤 별도 채용 의혹

강원 강릉에 소재한 세인트존스호텔의 레스토랑(세인트존스호텔 홈페이지)2019.3.19/그린포스트코리아
강원 강릉에 소재한 세인트존스호텔의 레스토랑(세인트존스호텔 홈페이지)2019.3.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강릉에 소재한 ‘세인트존스호텔’이 헤드헌터사의 추천으로 새 인력을 채용한 뒤 꼼수를 부리다 발각돼 검찰에 고발당했다. 세인트존스호텔은 아파트 브랜드 ‘서해그랑블’로 잘 알려진 서해종합건설이 100% 출자해 만든 대형호텔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A 헤드헌터업체는 지난 18일 검찰에 세인트존스호텔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A업체는 호텔측 요구에 따라 인재를 추천해줬지만, 호텔측이 수수료를 안 내기 위해 해당 지원자의 탈락을 공식화한 뒤 몰래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세인트존스호텔은 지난해 12월 레스토랑 조리부장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연봉 9000만원 가량의 고급인력을 모집하며 A업체에 인재추천을 의뢰했다. 이에 A업체는 적정한 인력들을 추천했는데 결과는 전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탈락 사유가 미심쩍었다. 세인트존스호텔측은 “본사 회장님이 면접을 진행한 후보자가 합격해 입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영춘 서해종합건설 회장이 세인트존스호텔 조리부장을 면접 후 직접 선발했다는 뜻이다.

당시 헤드헌터 업계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당초 세인트존스호텔 대표이사가 진행하기로 한 채용인데, 난데없이 본사가 직접 개입했기 때문이다.

해프닝일 줄만 알았던 이 일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알고 보니 채용된 인력이 A업체가 추천한 인재였던 것이다. 이에 A업체는 세인트존스호텔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수료는 받지 못한 채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헤드헌터사의 추천 인력이 선발됨에 따라 A업체가 원래 받아야 할 수수료는 1500만원쯤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피고는 2명이다. 김영춘 서해종합건설 회장과 김헌성 세인트존스호텔 대표이사다. 김 대표이사는 김 회장의 아들이다.

문제는 이 사건을 대하는 세인트존스호텔측의 태도다. 호텔 인사팀 담당자는 “그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직접 면접을 본 게 맞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걸 꼭 말해야 되냐”며 “제가 그걸 왜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을 거부했다.

김영춘 서해종합건설 회장(서해종합건설 홈페이지)2019.3.19/그린포스트코리아
김영춘 서해종합건설 회장(서해종합건설 홈페이지)2019.3.19/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김 회장은 또다시 구설에 오를 전망이다. 김 회장 부자가 각각 76.80%, 12.90%씩 보유해 사실상의 가족기업인 서해종합건설은 각종 갑질과 부당해고 등으로 여러 차례 여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7월 서해종합건설의 하청업체 현장소장 유모씨가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당시 유족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해종합건설이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축공사’ 당시 공사대금을 안 주고, 쓰레기 떠넘기기 등의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협력사에 관한 부당한 조항이 문제가 됐다. 당시 서해종합건설은 협력업체 등록 안내서에 “회사(서해종합건설)를 중상모략, 비방하거나 기만시 협력업체 등재 자격을 상실”이라고 명시해 비판 받았다.

그보다 앞선 작년 3월에는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일하던 만삭 임산부가 부당한 사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해고를 지시한 사람은 김 대표이사로, 그는 해당 직원의 잔병치레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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