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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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보증금 3억원 미만의 전세 아파트가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전세’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로선 리스크가 크진 않다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지방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주택 전세가격의 하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은 주택 전월세·매매시장 위축 등을 통해 실물경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 또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증가 및 전세자금대출 건전성 저하 등에 영향을 미쳐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 전세가격은 2017년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평균 2.6% 하락했다. 수도권은 2017년 말 이후의 하락세가 지난해 9, 10월 일시 주춤했다가 11월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2017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평균 2.1% 내렸다.

총 17곳 광역지자체에서 월 평균을 기준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한 지역은 2017년 5곳에서 지난해 11곳으로 늘었으며, 올해(2월까지)는 13곳으로 확대됐다. 상승한 곳은 광주, 전남, 대전, 세종 4곳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서울, 경기, 인천 등은 올해 들어 하락폭이 커지고 있으며, 경남, 울산 등은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지역경기 부진이 가세하면서 큰 폭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 상황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지방은 2017년 1월(99.8), 수도권은 2017년 12월(98.1) 이후 공급우위 기조로 전환됐다. 통계 확보가 가능한 2012년 7월 이후 지방과 수도권 모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이후 전세가격 하락폭이 컸던 10개 시·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2015~2017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면서 전세수급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개별주택(아파트 기준) 단위의 전세가격 변화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활용해 시산한 결과, 올해 들어 전세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비중이 전국적으로 절반을 상회했으며, 10% 이상 크게 하락한 비중도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 2월 현재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전국 기준 52.0%)의 절반 정도(25.3%)가 10% 미만의 하락률을 보였다. 전세가격이 10~20%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14.9%, 30% 이상 하락한 비중은 4.7%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증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1, 2월 전세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해 10% 이상 하락한 아파트 비중을 보면, 보증금 3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상승폭과 그 수준이 고가전세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실제로 1억원 미만 아파트에선 32.6%가 하락했지만, 5억원 이상 아파트에선 9.5%만 하락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현재로선 리스크가 크진 않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전세가격 하락은 일차적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나,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점에 비춰 관련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금융자산만을 고려하면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2년 3월~지난해 3월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한 데 반해 금융자산은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차입 및 갭 투자를 통한 부동산 구입 등으로 임대가구의 금융부채(연평균 7.4%) 및 실물자산(6.1%)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은 임대가구 금융자산이 전체적으로 보증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나, 보증금·금융자산 비율이 2012년 3월 71.3%에서 지난해 3월 78.0%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부채를 보유한 임대가구의 경우 지난해 3월 현재 보증금이 금융자산의 91.6%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향후 전세가격이 추가 조정되더라도 임대가구 대부분이 보유 금융자산 처분 및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전세가격 하락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부채 레버리지가 높은 일부 다주택자 등의 경우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은 “전세가격 10% 하락 시 92.9%의 임대가구는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5.6%의 가구는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나, 1.5%(3만2000가구) 가구는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가구별,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전세가격 조정폭이 상이하게 나타나나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 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전세·매매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건전성 저하, 보증기관의 신용리스크 증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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