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책읽기] '탈핵' 마을로 가는 길
[화목한 책읽기] '탈핵' 마을로 가는 길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9.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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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나우 마을 발전소’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다구치 리호 저/김송이 역 | 상추쌈 | 2019년 03월 01일
다구치 리호 저·김송이 역·상추쌈·2019년 03월 01일

 

이 책의 한 단락 : “체르노빌 사고가 났으니 이제 정부나 전력회사가 대책을 마련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비참한 사고가 벌어졌는데 뭔가 하겠지···. 하지만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바꾸고 싶다면 우리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걸 느꼈죠.”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한국에서 ‘핵 없는 미래’를 만들려는 이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있다. 바로 ‘쇠나우 마을 발전소’다.

쇠나우 마을 발전소는 100% 기후 친화적 재생에너지만을 공급하는 독일의 생태 전력회사다. 오랜 기간 생태학적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역사적 성공을 거둔 시민단체이기도 하다. 독일 전역의 생태 시민 발전소 2700곳을 지원하고 있으며, 20만이 넘는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회사 수익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리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인구 2500명이 살아가는 독일의 시골마을 쇠나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전 세계 대안 에너지 운동의 중심지가 됐을까.

◇ “에너지 과다 소비가 핵발전의 원인”

쇠나우 전력회사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슬라데크 부부는 핵발전을 추진하게 된 데는 전기를 낭비하는 생활태도가 한 몫 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전력소비가 줄면 핵발전에 덜 기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력에 관해 무관심하다. 청구서를 받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돈을 낼 뿐이다. 슬라데크 부부는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기만 하는 일은 탈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에너지 절약이 중요한 줄 알면서도 쉽지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우선 ‘흥미’를 심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핵 없는 미래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이 즐기면서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슬라데크 부부는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이라는 시민단체를 꾸려 1988년 에너지 절약 경연대회를 시작했다. ‘스위치를 끄자! 그리고 즐기자!‘라는 구호를 만들어 심각하지 않고 즐기면서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도록 힘썼다.

에너지를 아끼면 전기요금이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점차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늘어났고, 반년만에 쇠나우에서 4만4000kw가 절약됐다.

문화행사와 결합한 에너지 절약 축제도 진행했다. 슬라데크 부부와 단체 회원들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행사를 통해 ’핵심‘만 전달했다. 어떻게 해야 절전을 할 수 있는지, 전자제품이 저마다 얼마큼의 전기를 먹는지 알렸다.

이런 쇠나우 시민들의 노력은 에너지 ’절약‘을 에너지 ’자급‘으로 이끌었다. 아무리 정부에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해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을 보며 남들에게 부탁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슬라데크 부부의 집은 1990년 분산형에너지 설비회사 사무실이 됐다. 에너지 시장을 바꾸려면 돈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은 스스로 에너지를 공급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거대 전력회사와의 논쟁, 막대한 송전선 비용 등 난관이 이어졌지만, 시민들의 절실함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들은 거대 담론에 기대지도, 묵직한 구호 따위를 외치지도 않고 그저 상식에 기대 싸우며 천천히 영역을 넓혀갔다.

◇ 핵발전을 반대하는 합당한 이유 100가지

’핵발전을 반대하는 합당한 이유 100가지‘는 쇠나우 전력회사가 1987년 체르노빌사건 이후 시민운동에 뛰어들면서부터 쌓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핵전력의 이모저모를 살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로 1기 보상액보다 핵발전소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 50대 보험 보상액이 더 많다. 100만년에 걸쳐 방사선을 내뿜는 핵폐기물이 담긴 캐스크의 수명은 실제로 40년밖에 안 된다. 묻혀 있는 모든 우라늄 자원을 이용한다고 해도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440기를 45~80년 동안 돌릴 수 있을 뿐이다.

보고서를 들추면 이밖에도 많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빽빽하다. ’사고나 큰 재앙이 일어날 위험성‘, ’기후 보호와 전력 공급‘, ’안전 기준과 건강 피해‘ 등 10개 꼭지로 나눠 알기 쉽게 정리했다.

그동안 우리는 ’핵발전 전기는 싸다‘는 명제에 속아왔다. 보고서는 이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우라늄을 캐낼 때 벌어지는 환경오염이나 피폭은 얼마나 파괴적인지 설명하며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작업복을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안는 행위를 ’범죄행위‘라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핵발전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허황한 모습으로 위태롭게 서 있는지 간결하고 담담하게 정리했다. 독일의 실례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다른 나라에서도 크게 참고할 만하다.

 

◆ 신간소개

 

복잡계 건축  복잡계적 인식은 현대 건축의 거시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접근이다. 이 책은 복잡계 건축의 시대 배경과 조형 가능성, 실제 사례를 논의해 현대 건축의 복잡계적 함의를 탐구한다. 프랙털, 블라비텍처, 지형 건축 등 복잡계 건축 이론과 그레그 린, 프랭크 게리 등 복잡계 관련 건축가, 카타르국립박물관, 벤저민프랭클린기념관 등 복잡계 관련 건축물을 설명한다. 건축이란 분야를 통해 복잡계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역으로 복잡계를 통해 다양한 현대 건축을 이해하는 기회를 찾는다. 건축 전공자나 전문가는 물론 미래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복잡계 건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계 건축의 기본 개념과 특성을 정리했다. (2019년 2월 28일·커뮤니케이션북스·118쪽·9800원)

 

 

 

회화분석  회화분석의 자세는 지금까지 사회학의 자세와는 다르다. 회화분석은 기존 과학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학문 분야로, 전통적인 언어학이나 주류 사회학에서 학문 바깥에 있는 것으로만 여겼던 회화를 최전선의 분석 단위로 삼고 거기에 철두철미하게 천착한다. 무진장의 리얼리티가 담겨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일상의 회화 조각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회화분석은 기존의 과학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까지 과감하게 들어가서 과학적 논리의 극한을 확장시키고 과학적 지성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 준다. 이 책은 징그러울 정도로 복잡한 현실을 공들여 더듬고 살핌으로써 쾌감을 맛보는 회화분석이란 학문의 세계로 독자들을 데려다 준다.(2019년 2월 14일·커뮤니케이션북스·120쪽·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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