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황계동 한 골재업체 땅 파보니 30년 전 쓰레기 폐기물
길 건너엔 황구지천 흘러…쓰레기 침출수 관리는 아예 없어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황계동. 한 골재업소로 들어서자 쓰레기 더미가 말라붙어 있었다. 골재업체 대표인 김모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땅 3곳을 판 흔적이다. 땅을 판만큼 고스란히 쓰레기가 나왔다. 땅 아래 3.5m쯤 파들어간 자리엔 검게 변한 침출수가 고여 있었다. 그곳 바로 길 하나 너머에는 황구지천이 흐르고 있었다.

현재 ‘농지’인 937평(3097㎡)의 이 땅은 지난 1990년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됐다. 김씨는 이 땅을 2013년 11월에 매입했다. 이후 화성시는 김씨에게 그곳에서 농사를 지을 것을 권고했다. 농지에서 골재업체를 운영하는 게 불법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씨는 “농지에서 골재 매매상을 운영하는 게 불법이라 농사를 지으려 시도해본 적이 있다”면서 “쪽파를 심어봤지만 금방 말라 죽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영업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5일 찾은 화성시 황계동 한 골재업소 땅에서 파낸 쓰레기.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15일 찾은 화성시 황계동 한 골재업소 땅에서 파낸 쓰레기.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김씨는 자신의 땅이 과거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지목 변경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지목 변경을 위해 입구를 깨끗하게 고르는 등 땅을 팠는데 쓰레기가 나왔다. 결국 수소문 끝에 당시 토지 임대차계약서를 발견해 과거 지목을 확인했다.

김씨는 회사 부지의 시작부터 끝 중에 무작위로 땅을 파봤다. 땅속에는 100원짜리 해태 시모나 비닐포장지와 칠성사이다 페트병, 농약병 등 각종 페기물이 섞여 있었다. 앞으로 30년 뒤에도 그곳에 있을 흔적들이다.

땅을 파낸 자리에 물이 고여있다.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땅을 파낸 자리에 물이 고여있다.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김씨는 “쓰레기는 가만히 있지만 침출수는 흐르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쓰레기 매립장 물을 마셨던 셈”이라고 했다. 

골재업체에서 북쪽으로 155m 떨어진 곳에서는 작은 물줄기가 흘렀다. 물길은 의왕·수원·화성 등을 흐르는 황구지천 방면으로 향했다. 김씨 토지 외에도 쓰레기에 파묻힌 땅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터라 그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골재상에서 북쪽으로 155m쯤 떨어진 곳에 고여있던 물줄기.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골재상에서 북쪽으로 155m쯤 떨어진 곳에 고여있던 물줄기.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현행법상 폐기물 매립장에서는 침출수가 토양이나 지하수로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차수시트’를 설치해야 한다. 그 아래로는 ‘지하수 배제정’을 설치한다. 매립시설 주변으로 흐르는 지하수를 모으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이 장치가 지하수가 매립시설로 유입되는 걸 막아준다.

하지만 현재 김씨의 땅이 과거 매립장으로 쓰일 당시에는 이런 기준조차 없었다. 1990년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매립장으로 사용된 김씨의 땅은 60㎝ 높이 흙만 채워주면 ‘농지’로 인정받았다. ‘매립완료와 동시에 60㎝ 이상 복토해 농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할 의무’만 명시돼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당시 체계적인 쓰레기 관리 방식이 없어 지자체가 생활쓰레기를 모두 매립했다”며 “실제 쓰레기 더미 위에 농사를 짓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그러면서 “폐기물관리법 정비 전 불법이 아니라면 지금와서 따지긴 어렵겠지만, 화성시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매립지로 쓰겠다는 계약서가 있으면 화성시가 폐기물을 치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시작, 중간, 종점 3곳으로 나눠 포크레인으로 직접 땅을 팠다.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김씨는 시작, 중간, 종점 3곳으로 나눠 포크레인으로 직접 땅을 팠다. (서창완 기자) 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화성시에 따르면 1994년 이전까지 읍면동 쓰레기는 읍명동장이 알아서 자체 매립했다. 이를 비위생매립장이라고 불렀다. 

화성시는 당시 환경법상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시 쓰레기 매립장은 3300㎡ 이상이거나 쓰레기 적치량이 1만㎥ 이상이면 매립장 설치허가와 공공시설 입지승인 등 절차를 거치게 돼 있었으나 해당 토지는 면적이 203㎡ 모자란다. 

화성시 관계자는 “29년 전 일이라 농지법 등 문제를 바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땅속에서 쓰레기가 나온 비위생매립장 관련 데이터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황계동 같은 경우가 지역 내 얼마나 있을지는 짐작조차 어렵다. 

토지 주인인 김씨는 “이런 상황에도 화성시 농지과에서 찾아와 불법행위를 문제 삼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면서 “융자만 4억원인 상황에 농사도, 장사도 할 수 없는 처지를 화성시가 좀 더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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