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청소년 기후행동,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서 집회
청소년들 "기성세대들이 구체적인 환경정책 내놔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후손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등교를 거부하고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서 이들은 “기후악당국가인 대한민국을 탈출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중·고생 300여명으로 구성된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장에 모여 집회를 벌였다. 청소년들은 정부의 신속하고 구체적인 환경정책을 요구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호소하며 청와대로 향하기도 했다.

이번 집회는 스웨덴, 벨기에 등 세계를 휩쓴 미래를 위한 글로벌 기후 파업'의 일환이다. 스웨덴의 16세 고등학생 그레타 툰베리가 매주 금요일 스톡홀름의 의회 앞에서 벌인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 1인 시위로 출발한 집회가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일주일에 두 번뿐인 체육 시간이 체육 교과서를 읽는 시간으로 바뀌었어요. 미세먼지 때문이래요. 사람들은 마스크를 끼고 다녀요. 제가 어른이 됐을 땐 방독면을 써야 하면 어떻게 하죠? 깨끗한 공기를 돌려주세요.”

수내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준서(13)양은 지구온난화를 싫어하는 이유가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동식물들을 마음껏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에선 위기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에 준서양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준서양은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답은 딱 하나였다”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횡성군에 소재한 민족사관고등학교의 학생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학교공사가 불만이라고 했다. 현재 민사고에서는 에어컨 설치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동안 민사고에 에어컨이 없었던 이유는 주변에 산이 많아서 한여름에도 시원했었기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산조차 무더위를 막지 못하게 돼 에어컨을 설치하게 됐다”고 씁쓸해 했다.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길을 걷다 이 청소년들을 만난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은 학생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른들을 혼내는 목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더 책임의식을 갖고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볍씨학교에 다니는 최연재양은 “어른들은 미세먼지를 말할 때 꼭 중국 탓만 한다”면서 “살면서 없어선 안 될 공기 얘기를 할 때조차도 정치와 외교 등을 거론하며 본질을 흐리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연재양은 이어 “기후변화 문제가 환경에 국한하는 건 분명 아니지만, 이를 정치적 이슈로 삼는 일은 반드시 없어야 할 것”이라며 “10여년 뒤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맞닥트려서야 해결하려 말고,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동주(13)군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동주군은 “정치인들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및 경유차 제한 등의 조치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며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동주군은 “미세먼지 등에 따른 일부 제재가 기업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기업들 돈 걱정 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환경이 너무나도 나빠져서 사람들이 못 살게 됐을 때 기업들이 그 돈으로 우리 도와줄 것도 아니지 않냐”고도 따져 물었다.

교과과정 중 환경 과목을 필수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당곡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방태령(17)양은 “지방선거 당시 학교에서 우리 지역 출마자들의 환경 관련 공약들을 살펴보는 활동을 했었다”며 “그 결과 제대로 된 환경 관련 공약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태령양은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토록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환경 과목을 꼭 배워야 하는 필수 과정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청소년들은 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항해’다. 가사는 간단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요. 어떻게 나아갈지. 같이 만들어 가요. 전환하자 너와 나 모두의 지구를 위해. 상상하자 너와 나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날 행사에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도 모습을 나타냈다. 청소년들의 행사인 만큼 직접 연설을 하는 등 나서진 않았지만 학생들을 격려했다. 최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구구절절 옳은 얘기만 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든든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집회 말미에 청소년들이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위해 정부에, 국회에, 학교에, 그리고 친구와 부모님 등 모든 이웃에게 요구할 게 있으니 전해달라고 했다.

“정부에 요구합니다.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하시길 바랍니다. 모 아니면 도의 한쪽으로 치우치며 서로 싸우거나 어딘가에 휩쓸리지 마십쇼.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인 정책을 세워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세우십쇼.”

“정치(국회)에 요구합니다. 기후변화는 권력싸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머리를 맞대십쇼. 환경문제에 지금 대응하지 않아 더 심해진다면 어차피 우린 다 같이 소멸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해서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 늘리십쇼. 당장 우리에게 투표권이 없다고 방심하지 마십쇼.”

“학교에 요구합니다. 우린 환경교육이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길 바랍니다. 그동안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대로 배우질 못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해주십쇼. 그렇지 않다면 학교파업을 시작해야만 합니다.”

“대중에게 요구합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집을 잃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지구만 아픈 일이 아님을 알아주십쇼. 지구가 다시 열을 식히는 날 우리의 미래는 물속에 잠겨 사라질지 모릅니다. 지구 지키기에 함께 행동하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은 이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날 나온 모든 발언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행진 도중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가 내리고 천둥까지 쳤지만 ‘315 청소년 기후행동 GLOBAL CLIMATE STRIKE FOR FUTURE’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꿋꿋이 가 서한을 전달했다.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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