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털링대 리차드 퀼리암 교수 연구팀 발표

지난 2월 영국 해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 이곳에서 채취한 플라스틱 45%에서 대장균이, 90%에서 비브리오균이 발견됐다. (사진 트레이시 윌리엄스 제공)
지난 2월 영국 해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 이곳에서 채취한 플라스틱 45%에서 대장균이, 90%에서 비브리오균이 발견됐다. (사진 트레이시 윌리엄스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가 병균을 먼 거리로 이동하게 하는 '뗏목'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영국 스털링대 리차드 퀼리암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해변, 강 등에서 발견되는 '너들'(Nurdle, 원료 플라스틱 조각)이 유해한 병균을 옮기는 역할을 하며 이 현상이 인류 건강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연구팀은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5개 해변에서 채취한 너들 중 45%가 복통과 경련을 유발하는 대장균으로 오염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90%의 너들에서는 위염의 원인이 되는 비브리오균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대장균과 비브리오균이 물에서 2~4주 생존할 수 있고, 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자연 뿐만 아니라 하수도 등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플라스틱이 병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또 플라스틱이 자외선 등 병균을 죽일 수 있는 요소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 더 오랫동안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리차드 퀼리암은 "플라스틱에 의해 병균이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고, 일반적인 상황보다 훨씬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면서 "이는 어떤 나라에서 발생한 콜레라균이 지구 반대편 해변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연합은 바닷물 등에서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도록 꾸준히 수질검사를 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입자에 대한 검사는 진행하지 않는다"며 "플라스틱은 절대 썩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바다를 부유하며 많은 병균을 퍼트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대장균, 비브리오균에 대해서만 실험을 진행했지만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등 다른 병원균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breez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