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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경로를 활용해 ‘도시 환경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꿀벌의 경로를 활용해 ‘도시 환경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은 ‘도시 벌’(Urban Bees)에게서 얻은 꿀로 도시의 환경오염 수준은 물론 오염원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꿀벌은 벌집으로부터 2~3km 반경 내에 있는 꽃가루와 화밀을 먹으러 돌아다니기 때문에 국지적 환경지도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매트로 벤쿠버(밴쿠버 광역도시권) 6곳에 있는 벌집을 연구에 활용했다. 이들은 벌집 속에 남아 있는 극소량의 납, 아연, 구리 등을 수집,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유입원을 식별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도미니크 와이스 연구원은 ”연구에 사용된 장치는 아주 정밀해서 올림픽경기장만큼 큰 규모의 수영장 속에서도 물 한 방울의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성분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케이트 스미스 박사는 "벌꿀에서 발견된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 벤쿠버의 환경은 양호한 편으로 드러났다"면서도 ”벤쿠버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중금속 농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인간에 의한 오염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메트로 벤쿠버 벌꿀에 포함된 납과 같은 중금속 수치는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성인이 매일 꿀 600g 이상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용인할 만한 수치다.

벌꿀 속 유해성분은 교통량이 많고, 도시 밀도가 높으며 항구와 같은 산업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 ‘델타’(Delta)시에선 높은 수준의 망간이 검출됐다. 농업에 쓰이는 살충제로 인해 망간 수치가 높게 측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리발디화산 암석, 프레이저강 퇴적물, 스탠리파크,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변 이끼류 등에서도 납 성분을 추출했으나 벌꿀에서 얻은 것과는 수치가 다르게 나타났다.

그러나 스탠리파크의 나무와 도심 속 벌집에서 검출된 납 성분은 전부 인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와이스 연구원은 "아시아 도시에서 발견되는 광석과 석탄, 에어로졸 등 유해성분을 확인했다”며 “벤쿠버항에 진입하는 화물선의 70% 이상이 아시아 항구로부터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벤쿠버 도심에서 검출된 높은 수준의 납 수치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추후 벌꿀 분석 자료를 활용해 기존의 대기 및 토양 모니터링 기술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벤쿠버 외의 도시에서도 과연 벌꿀이 환경 모니터링 장치로 사용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효율성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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