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이 지난 1일 광화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 제공)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이 지난 1일 광화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13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선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 등의 단체가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인정투쟁 국민출정식’을 열었다. 지난달까지 신고된 피해자만 6300여명이고 이 중 1390여명이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는 행사였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상임회장은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고, 국내 대재벌과 해외 다국적기업은 앞 다퉈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했다. 정부는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KC마크를 부여해 국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행사에 참여한 송운학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는 “SK케미컬 임원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SK케미칼을 이토록 원망하는 것일까.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제조한 업체가 바로 SK케미칼이기 때문이다. 이들 성분은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로 쓰였다. 뿐만 아니다.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등에 사용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도 SK케미칼이 공급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은 첫 번째로, ‘가습기 메이트’는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유발한 제품이다.

SK케미칼은 그동안 검찰의 칼날을 요리조리 피했다. 하지만 이제 법망을 계속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SK케미칼의 박모 부사장과 이모 전무 등 4명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 임직원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2013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원료의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SK케미칼 임직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원료에 대한 실험을 의뢰하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자료를 받았으나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수사 때 원료 공급회사로서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기소를 면했다. 제조사가 아니라 중간도매상에게 원료를 판매한 까닭에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이는 줄 몰랐다고 주장한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SK케미칼과 옥시 측이 주고받은 이메일과 자료를 통해 SK케미칼 측의 이 같은 주장이 거짓이라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의 거짓말은 상습적이었다. KBS에 따르면 이 회사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터지자 해당 원료에 대한 유해성 여부 실험 보고서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2013년 KBS가 SK케미칼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측정 자료를 요청하자 SK케미칼은 개발 당시 실험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케미칼 관계자는 KBS ‘시사기획 창’에 “자체적으로 서울대 수의대와 동물 실험을 했던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취재가 진행되자 갑자기 자료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거짓말이었다. KBS에 따르면 검찰은 1995년에 작성된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 실험보고서를 찾아냈다.

문제는 최초 실험보고서도 엉터리였다는 데 있다. 제품이 출시된 해는 1994년. 그런데 보고서는 이듬해인 1995년 만들어진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유해성 검사조차 하지 않고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유해성 검사에서도 해당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인체에 유독하단 실험 결과를 은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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