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 듣지 않게 해 달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나 원내대표 페이스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나 원내대표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에 비유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도 일제히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서면 논평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밝혔다.

한 부대변인은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면서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3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라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해 나 원내대표 연설은 한 차례 중단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연설은 재개됐지만 고성과 신경전이 이어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정치권은 나 원내대표 발언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연설 뒤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냐고 한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 벌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 대변인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발표해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면서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대어 놓고 한국당이 대북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 코미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이 더 이상 수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연설이었다. 국회 대표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북한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는 것을 보면,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홀로코스트적 발언 역시 한국당 일부 의원의 실수가 아닌 당의 공식입장인 듯하다”라는 논평을 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오늘 나 원내대표 연설 내용 반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각 정당의 반응에 되레 반발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마포구의 한 북카펭서 청년 사무처 당직자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있지도 않은 죄를 갖고 그러는 것은 뭘 얘기하는 것인가"라고 묻고 "제1야당 대표가 연설하는데 중간에 달려들어 고함치고 얘기 못 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정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력 통신사에서 이미 보도했다”면서 나 원내대표를 감싼 뒤 “오늘 민주당 의원은 내년 ‘공천용 청와대 눈도장 찍기 충성 경쟁 대회’를 벌이는 듯 막말과 고성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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