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초미세먼지 줄일 수 있다면 전면 2부제에 참여할 의사 있다’
경기·인천은 5등급 차량 제한도 못하는 상황서 서울시 단독시행 힘들어
미세먼지 조례에 2부제 명시… 상황 심각하면 언제든 꺼내들 만한 카드

지난해 11월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내려진 서울시 교육청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11.7/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11월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내려진 서울시 교육청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1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서울시가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으로 전면적인 차량 2부제를 실시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면적 차량 2부제는 미세먼지 문제를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11%가량이 경유차에서 나온 것이다. 도로밀집도가 높고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에선 기여도가 23%에 이른다. 국가배출량 통계자료를 통해 파악된 자동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90%는 경유차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56%가 노후 경유차에서 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통계는 과학계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지난해 이태형 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팀이 작성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자동차 배출가스에 의한 2차 입자상 물질 생성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매연여과장치(DPF)가 없는 유로 3(EURO-3) 경유차는 DPF를 부착한 유로 4·5·6 차량보다 최소 178배 많은 미세먼지를 뿜는다. 자동차 미세먼지를 저감하려면 노후 경유차 관리가 필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때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한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국민의 생활은 물론이고 경제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심각해진 만큼, 자동차를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공용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핵심인 미세먼지 대응 정책인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는 시행 초기엔 큰 반발을 불렀지만, 현재는 ‘미세먼지 특별법’(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관심을 받았다. 이 조례는 ‘시장은 초미세먼지 예측농도가 현저히 높은 경우 차량2부제 등 강화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면적 차량 2부제에 대한 근거를 서울시는 이미 마련해 둔 셈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당장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상저감조치 시행 때 공영 주차장을 폐쇄하고 민원인 이용 시설, 복합청사 출입 차량에 대해 2부제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있지만 전면적 차량 2부제는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선뜻 전면적 차량2부제를 시행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론 ‘표심’을 들 수 있다. 운전자들이 생계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 정부 지지율은 물론 총선과 대선의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전면적 차량 2부제를 단독으로 실시하는 덴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별 온도 차가 있다는 점도 서울시가 차량 2부제 카드를 꺼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정부는 차량 2부제 실시 내용을 담은 ‘표준조례’를 만들어 각 지자체에 조례 제정을 권고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경기도와 인천시마저도 5등급 차량 운행 제한도 못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 권고가 지자체에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경기도와 인천시는 5등급 차량의 운행도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만 단독으로 차량2부제를 시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조례를 통해 시행 근거를 마련해 둔 만큼 서울시가 차량2부제 카드를 언젠간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극심한 11부터 4월까지 시즌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미세먼지, 이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합니다’란 글을 올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상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대처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또한 일상적인 대책이 전제돼야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 '자동차와 교통분야 혁명적 시도' 등 앞으로도 한 발 빠른 미세먼지 대책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따라 시행 중인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현재 서울시는 강제 차량 2부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계속 건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차량 2부제에 적극적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전국적으로 자발적인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기오염 정책을 선도하는 서울시와 대기오염 문제 주무부서인 환경부의 태도 등을 고려하면 차량 2부제 전면 시행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서울시가 전면적 차량 2부제를 실시하면,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지 못하는 경기도와 인천시에도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전면적 차량 2부제에 우호적이다. 최근 6년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 80%가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전면적 차량 2부제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진행한 다섯 차례의 여론조사와 서울시(2014년), 여의도연구원(2014년), 대한의사협회(2017년), 서울환경운동연합(2017년) 등이 실시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차량 2부제가 미세먼지 저감에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강릉시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13개동 7개면에 걸쳐 지난해 2월 10~25일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차량 2부제를 실시한 바 있다. 환경부 산하 원주지방환경청은 당시 미세먼지가 2016년,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PM10)는 과거 2년간 일평균 51㎍/㎥에서 올림픽 기간 43㎍/㎥로 15.6% 줄었고, 초미세먼지(PM2.5)도 28㎍/㎥에서 25㎍/㎥로 10.7% 줄었다. 대상 차량은 10인승 이하 비사업용 승용차·승합차 8만1000대로 강릉시 등록 차량 10만3000대의 78.6%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확실한 셈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박원순 시장이 재평가를 받을 정도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여론과 확실한 시행 효과를 등에 업고 서울시가 전면적 차량 2부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을지 주목을 모은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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