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욱 마쓰야마대 교수 "국내 원전사고 대처시설 無"
고준위방폐장 일본도 숙제...수요관리, 요금현실화 필요
린쯔룬 대만 교수 "총통 여전히 탈원전 의지 확고하다"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과 에너지전환포럼은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를 맞아 국제전문가들을 초청해 '후쿠시마의 현재와 대만의 에너진전환'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박소희 기자)/2019.03.11/그린포스트코리아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과 에너지전환포럼은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를 맞아 국제전문가들을 초청해 '후쿠시마의 현재와 대만의 에너진전환'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박소희 기자)/2019.03.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할 때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전이 '백년대계 에너지'라며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충돌이나 테러 등으로 원자로 격납용기가 파손되면 손 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11일 ‘후쿠시마의 현재와 대만의 에너지전환’을 주제로 열린 국제전문가 초청간담회에서 “(원전 운영 국가들이) 다 만든 중대사고 대처 시설을 왜 한국은 준비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대표 우원식, 연구책임의원 김성환·김해영)과 에너지전환포럼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를 맞아 공동으로 마련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에 위치해 있던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누출됐다. 사고 발생 첫날 오후 8시쯤, 1호기에서는 이미 '멜트다운'이 일어났다. 멜트다운이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되며 열 상승으로 노심부(원자로의 중심부)가 녹아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이 그로부터 딱 8년 되는 날이다. 

원전에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를 제어하는 중앙제어실의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중앙제어실 외에 '원자로 정지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장 교수에 따르면 한국엔 이런 제2제어시설이 없다. 

뿐만 아니라 예비전원, 예비주수(원자로 물을 넣는), 격납건물여과배기(CFVS) 설비도 없다. 이러한 설비를 모두 갖추려면 원전 1개당 약 1조 9000억원이 필요하다. 폐쇄된 고리·월성 1호기를 제외하면 국내 가동 가능 원전은 총 24기(신고리 4호기  포함)다. 다만 CFVS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추경예산에 CFVS 발주를 포함한 상태다.

장 교수는 “안전대책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뭘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내 원전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장 교수는 또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며 국내 원전 가동을 모두 정지해도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지난 2017년 57기의 원전 모두 정지했지만, 이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었다. 현재 9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고치현에 거주하는 일본 주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전기료는 2014년 기준 약 36% 상승했다. 다만 이는 ‘원전 가동 중단=전기세 인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염처리, 배상 등 사고 처리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사고 후 일본 국민의 전력 사용량은 10% 줄었다. 국내 전력 사용량은 일본보다 1.5배 많다. 불필요한 전기 사용이 많다는 뜻이다. 원전을 모두 중단해도 수요관리(절약), 전기요금 현실화, 에너지 고효율을 실천하면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교수가 들려준 일본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 문제는 국내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본 역시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해 부지를 검토 중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둘러싼 오쿠마마치(大熊町)와 후타바마치(雙葉町) 등에 오염토양을 저장할 수 있는 중간저장시설 있는데 아마 이 시설이 최종 처분장이 될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원전사고에 철저한 대비를 위해 △원자력 안전규제 강화 △전원개발촉진법의 즉각 폐지 △법정외세를 도입하는 지방세법 개정 △주민투표제 도입 △원자력안전협정 도입 △최종처분장 비용 기금화 △원자력안전위원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런즈룬 대만행정원 에너지 및 탄소저감 담당 부국장(국립대만학교 교수)은 '대만 원전제로와 에너지전환 산업 현황'을 주제로 대만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에너지전환의 의미는 단순히 연료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형발전 중심의 중앙집권형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런즈룬 교수는 이어 “대만은 지난해 1기 원전 폐쇄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비핵국가가 될 것”이라며 “차이잉원 총통의 의지는 여전히 확실하다”고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탈원전 정책을 탓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너지 전환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원전 건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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