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해양 인수서명… 노조 투쟁수위 높여
'한국조선해양'(가칭) 설립 임박… 현대重이 최대 주주
양사 노조 "동종업 합병 땐 구조조정 필수… 결사반대"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가까스로 정상화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8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대우조선 지분 인수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변수가 없는 한 ‘한국조선해양'(가칭)이 출범할 전망이다. 현재 거론되는 변수는 독과점 문제가 걸린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 여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극렬한 반대다. 양사 노조는 앞으로 실사 저지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주현웅 기자)2019.3.8/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주현웅 기자)2019.3.8/그린포스트코리아

◇ ‘메가톤급 조선사’의 탄생…조선업계, 빅3→빅2로 개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산업은행에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계약 체결식이 이뤄졌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다음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이고, 2대 주주는 산업은행이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동발표문에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고용안정 및 협력업체 기존 거래선을 유지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두 회사 합병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하나가 됨으로써 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이 실행에 옮겨지면 조선업계는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로 개편된다. 각각 업계 1·2위인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전 세계 수주잔량의 21.2%를 차지한다. 이는 수주물량 세계 3위인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 수주잔량 점유율(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이처럼 메가톤급 조선사의 탄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따른다. 독과점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빅3 체제로의 개편이 아닌, 현대중공업 ‘빅1’ 체제로 바뀌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때문에 기업결합심사가 향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심사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의 조선업 경쟁 국가에서도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선 그밖의 나라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브리핑에서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동종 산업의 경쟁, 선주들의 이해관계 및 독과점 사항 등을 종합적 판단해서 이뤄질 것”이라며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겠으나 법률적 문제가 없도록 전문가들과의 협의 등을 거쳐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8일 산업은행 앞에 모여 매각철회를 요구하는 대우조선노조.(주현웅 기자)2019.3.8/그린포스트코리아
8일 산업은행 앞에 모여 매각철회를 요구하는 대우조선노조.(주현웅 기자)2019.3.8/그린포스트코리아

◇ 양사 노조 ‘극렬’ 반대…가시밭길은 이제 시작

기업결합심사만 문제가 아니다. 두 회사 노조의 거센 반대가 더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양사 노조는 “밀실 합의에 따른 인수합병은 무효”라며 “합병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지속 투쟁하겠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두 노조도 이날 본계약 체결식이 이뤄진 산업은행을 찾았다. 이들은 바깥에서 합병철회를 촉구한 한편, 건물에 진입하기를 수차례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5명의 조합원이 연행되기도 했다.

당초 대우조선노조는 이날 정오쯤 정부서울청사에서 매각 반대 결의대회를 연 후 청와대로 향할 계획이었다. 현대중공업노조도 같은 날 서울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집회를 벌인 후 청와대로 갈 예정이었다. 일정은 돌연 변경됐다. 산업은행에서 양사 합병 본계약 체결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차량 핸들을 여의도 쪽으로 튼 것이다. 이들은 향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도 저지할 방침이다.

노조는 동종업종인 두 회사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은 필연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노조의 경우 지역경제까지 흔들릴 수 있는 까닭에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정부 투쟁까지 예고했다.

이번 사태가 노동계의 대(對)정부 투쟁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및 최저임금 제도개편 등에 반대하며 정부를 비판 중인 민주노총이 조선업 노동자들에 힘을 보태기로 해서다.

이날 두 조선사 노조와 함께 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부의 ‘공작’과 다를 바 없다”며 “문재인정부가 구조조정과 임금착취를 목표로 재벌편에 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근태 현대중공업노조 지부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자들은 그간에도 숱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버텨왔다”며 “일부 진단과 달리 조선업 수주 전망이 매우 좋지도 않은 상황에서 같은 업종 합병은 또다시 노동자들의 피 말리는 삶은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가 울려 퍼진 산업은행은 한바탕 전쟁터가 됐다. 노조가 던진 계란에 산업은행은 또 노랗게 물들었다. 건물에 진입하려는 노조와 경찰은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였다. 한 노조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간 일도 발생했다.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은 “앞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노조가 일제히 뭉쳐 문재인정부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장 실사 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매각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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