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 초래?… 원전 되레 늘어
태양광으로 산림 훼손?… 태양광 목적 산림 전국토 0.039%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태양광 설치에 속도 내달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석탄화력발전 무려 27기나 허가·건설
이명박정부 당시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호도해 40%가량 급증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7일 미세먼지가 걷히고 일주일 만에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잠잠해지면서 이날 오전 6시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도 해제됐다. 엿새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질 정도로 미세먼지에 시달렸던 시민은 모처럼 마스크를 벗었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사흘 동안 100㎛/㎥를 넘기는 등 고농도 상황이 지속되면서 야당들은 정부에 질타를 쏟아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탈원전 대책이 재난적 상황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은 자가당착이자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0㎛/㎥이었던 6일(왼쪽)과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된 7일(오른쪽) 서울 북촌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서창완 기자) 2019.3.7/그린포스트코리아
일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0㎛/㎥이었던 6일(왼쪽)과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된 7일(오른쪽) 서울 북촌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서창완 기자) 2019.3.7/그린포스트코리아

◇역대급 미세먼지가 탈원전 때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미세먼지 감소 정책은 탈석탄”이라며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줄이고 원전 가동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문재인정부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지적에는 무리가 있다. 안병옥 고려대 교수(OJERI·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는 최근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탈원전이 석탄발전량 증가를 초래했다는 한국당 주장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2017년 석탄발전량이 증가한 배경에는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가 있다.  두 정부 아래에서 석탄화력발전소는 27기가 새롭게 허가되고 건설됐다. 2012년 10월 착공해 2017년 12월 준공한 한국 최대 용량(1050㎿)의 석탄화력발전소 태안화력 9·10호기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건설 중인 7기도 이명박정부에서 수립해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에 확정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산물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판단도 성급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아래서도 원전 수는 2022년까지 늘어난다. 이전 정부가 승인한 신고리 3, 4호기가 현재 가동되고 있으며,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 중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폐쇄된 원전은 발전용량이 적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뿐이다. 각각 1978년, 1983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후 발전소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목표는 2031년까지 원전 비중은 줄이고 빈 자리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말한 ‘탈석탄’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목표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7년 31.6% 수준이던 석탄발전 비중을 2031년엔 20% 초반까지 낮추려고 하고 있다.

지난 6일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음'을 의미하는 적색을 나타내고 있다. (에어비주얼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음'을 의미하는 적색을 나타내고 있다. (에어비주얼 홈페이지 캡처)

LNG발전소 건설이 미세먼지를 늘렸다는 한국당 주장도 억측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LNG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석탄발전소의 10분의 1인 데다 석탄발전소는 황산화물, 크롬, 벤젠 등 유해한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면서 “재생에너지만큼 깨끗하진 않지만 LNG 발전 역시 충분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청정국인 미국의 경우 석탄발전소를 LNG 등으로 대체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7년 60억톤에서 2016년 51억7100만톤까지 줄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석탄발전소가 신규 LNG 발전소와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으로 대체된 게 이산화탄소 절감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정체가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흘려들을 수 없는 지적이다.

◇태양광 때문에 미세먼지 늘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막무가내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가동을 줄이니 화력발전이 늘어 결국 미세먼지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나무 한 그루라도 심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정책인데 태양광을 한다며 그나마 있는 숲도 밀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정책을 비판하는 황 대표 주장은 사실일까.

최근 5년간(2014~2018년) 태양광 설치 허가가 난 산림 면적은 13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런 점을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전 국토의 70%에 달하는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림청 집계에 따르면 태양광 설치 허가가 난 산림 면적은 2014년 176㏊, 2015년 522㏊, 2016년 529㏊였다가 2017년 1435㏊, 지난해 2443ha로 늘었다. 가파른 증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체 산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극히 적은 수치다. 산림청이 5년마다 발표하는 전국 산림 면적에 따르면 2015년 말 전국 산림 면적은 633만5000ha로 국토의 63.2%였다. 이 기준과 지난해 태양광 설치 허가 산림 면적을 따져보면 0.039%에 불과하다.

최근 4년간 임목축적 현황. (산림청 제공)
최근 4년간 임목축적 현황. (산림청 제공)

산림의 나무 총량인 임목축적도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임목축적은 2014년 9억181만㎥, 2015년 9억2480만㎥, 2016년 9억5048만㎥, 2017년 9억 7359만㎥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 정책을 밀어붙이느라 산림을 훼손한다는 황 대표 주장은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도 할 수 있다.  2017년 3월 2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그는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사업 등 일부 지연되는 과제는 신속하게 보완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자가당착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당은 집권당일 때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디젤차를 널리 보급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클린디젤’ 정책으로 디젤차 보급을 급속도로 확산한 때가 한국당 집권시절이다.

디젤차는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에서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디젤차가 친환경차로 불리며 규제가 완화돼 40%가량 급증했다”며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팔린 디젤차가 노후화되는 때가 오면 정부가 막대한 환경 예산을 쏟아 조기폐차를 유도해야 할 수도 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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