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어류와 '햄릿' 유전자 비교·분석해 증명
시력·색 유전자, 자연선택으로 결합상태 유지

A barred Hamlet (Hypoplectrus puella) off the coast of Panama.
카리브 해의 암초 어류와 긴밀한 집단인 햄릿(학명 Hypoplectru)의 모습.(사진=독일 지오마르(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이종교배를 하더라도 ‘자연선택’을 통해 새로운 해양생물 종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는 자연선택이 새로운 생물 종의 시력과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결합해 진화를 돕는다는 독일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종의 진화가 완전히 고립된, 이종교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믿었다. 푸른색의 어류 종이 푸른색 물고기와의 교미를 선호하고, 붉은 물고기 종이 붉은 짝을 선호하는 것처럼, 다른 종과 구별되는 색을 갖는 동시에 이 특성에 대한 짝짓기 선호도가 높아야 종의 진화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 지오마르(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오스카 푸에블라 교수는 이종교배를 하더라도 자연선택을 통해 종의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푸에블라 교수와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파나마의 스미스 소니안 열대지방연구소 연구원들은 게놈 분석을 통해 해양생물 종이 이종교배를 하더라도 색과 같은 외형적 특성과 교배 선호도 사이의 결합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두 유전자의 결합이 유지되면 푸른색 짝을 선호하는 붉은색 개체가 형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 결합은 세 가지 요인에 의존한다. △종 고유의 특성과 짝짓기 선호도를 결정하는 유전자의 수 △유전자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의 강도 △이종교배의 빈도 등이다.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려 성체가 아니면서도 교배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고유 색을 갖는 생물 종을 찾아야 했다.

푸에블라 교수는 ”카리브 해의 암초 어류와 긴밀한 집단인 햄릿(학명 Hypoplectru)은 연구를 위한 가장 최적의 대상이었다“면서 ”햄릿은 암초 어류와 매우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면서도 다른 색을 지니고, 명확한 짝짓기 선호도를 보이며 고립된 번식 환경에 서식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두 어류 종의 유전적 차이를 분석하고자 햄릿의 표준유전체를 수집한 뒤 110여개에 달하는 전체 게놈을 차례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코스마스 헨치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종 간의 차별성을 높이는 4개의 게놈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4개의 게놈에는 시력 및 색과 관련한 유전자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데이터를 통해 연구팀은 시력과 색채 유전자가 서로 다른 3개의 염색체에 위치하며, 이종교배 후에도 여전히 결합해 있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오웬 맥밀란 스미스 소니안 열대지방 연구소 교무처장은 “햄릿의 종 분화 초기 단계를 포착한 우리의 연구는 새로운 종의 생성에 자연선택이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이 발견이 전 세계 암초 어류의 다양성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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