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올해 중으로 전체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 추진"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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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어른들보다 미세먼지에 훨씬 민감한 학생들을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자신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엄마’로 소개한 네티즌은 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 글을 올려 자신의 아이가 미세먼지 때문에 학교에 나간 다음날부터 새벽에 계속 기침을 한다면서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며칠째 집안 환기도 못하고 공기청정기 틀어 놓고 생활하다가 입학식 때 학교에 가 보고 정말 경악했다”라면서 “강당이고 교실이고 그냥 개방인 교육 환경에 아이를 보내려니 끔찍한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야 알아서 마스크 챙겨 쓰고, 외출 자제하고, 물 자주 마시고, 손 자주 씻고 하지만 아이들은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화생방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꼼짝없이 교실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라면서 “이런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고 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정말 너무 불쌍하다. 미세먼지 속으로 아이들을 떠미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하는 건 정말 염치없는 말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해 아이들이 숨 좀 쉴 수 있게 해 달라. 교실에서만이라도 미세먼지가 아닌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수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초미세먼지 속에서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우리 초중고생들’이라는 청원 글을 이날 올려 “교실 환기 상태가 일개 사무실이나 오피스텔보다 못해서 바깥 미세먼지 농도가 100㎍/㎥이면 실내는 최소 60~70㎍/㎥가량이나 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공기청정기는 더욱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건 세월호 상황과 유형이 비슷하다”면서 “초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데 공기청정기도 없으면서 하루 14시간 (학생들을) 강제로 묶어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현 상황에서도 보호하기는커녕 희생돼야 하는 한국의 애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7만2728개 교실의 41.9%(11만4265)엔 공기청정기가 없다. 특히 중학교 교실의 경우 공기청정기 설치율은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25.7%다. 상대적으로 공기가 안 좋은 서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학교 교실 8913개 가운데 7559개(84.8%)엔 공기청정기가 없다.

이처럼 교실 환경이 열악한 까닭에 일부 학생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미세먼지 때문에 학교에 가기 무섭다면서 휴교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청원 글을 올리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이렇게 확산하고 있음에도 교육계는 안일한 대응으로만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자신을 ‘중학생 학부모’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전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 글을 올려 “요즘 미세먼지가 심해서 학교에 갈 때 마스크를 착용시켜 보내는데 학교에서 2학년 학생 전체를 불러놓고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이 학교엔 공기청정기가 없다”면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수업시간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말했다.

반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교육당국도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2021년까지 모든 학교에 연차적으로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기로 한 계획을 앞당겨 올해 안으로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 한 대씩을 설치한다고 7일 밝혔다. 이를 위해 추경예산 55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경북의 유치원, 초·중·고의 공기청정기 설치 비율은 37.6%다.

대구시교육청도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올해 여름방학까지 전체 초등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중·고 교실에 연차적으로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기로 한 계획을 앞당겨 오는 5월 말까지 초·중·고 전체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올해 안에 유치원과 특수학교를 비롯한 전체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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