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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빙산이 녹색을 띠는 이유가 암분 속 철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 유튜브 채널 'AGU')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왜 남극의 빙산은 파란색이 아니라 녹색일까? 이 질문은 수십년간 과학계에 전해 내려온 미스터리다. 그런데 남극의 빙산이 녹색을 띠는 이유가 암분 속 철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학술지 ‘지구물리연구 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은 남극 대륙의 빙산이 파란색이 아닌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가 암분에 있는 철 산화물 때문이라는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암분은 빙하가 지나가면서 암반을 삭박해 만든 광물조각이다.

대부분의 빙산은 바닷물에 떠 있을 때 흰색이나 파란색으로 보인다. 순(純) 얼음이 붉은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남극 탐험가와 선원은 1900년대 초반 남극의 특정 지역 주변에서 특이한 녹색 빙산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녹색 빙산은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호주 연구팀이 녹색을 띠는 동남극의 ‘에이머리’ 빙붕에서 많은 양의 철분을 발견한 이후 미국 워싱턴 대학 빙하학자들은 남극 대륙의 암분 속에 있는 철 산화물이 일부 빙산을 녹색으로 만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에 따르면 녹색 빙산은 철분이 남극 지대로부터 해양으로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철분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형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초미세 식물의 주 영양소이기 때문에 빙산이 분리되면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철분은 해양 생물 대부분이 먹이로 삼는 미생물에 핵심 양분을 제공하는 셈이다.

토양, 암석 및 일반적인 녹에서 발견되는 산화철은 노랑, 주황, 빨강 등 따뜻하고 흙 같은 색조를 띠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워렌은 해빙에 있는 철 산화물이 푸른 얼음을 녹색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워렌은 철분의 유입원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빙하가 암반 위를 지나칠 때, 암석을 분쇄해 암분으로 알려진 미세 광물조각이 생성되는데, 이 암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워싱턴 대학의 빙붕학자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스테판 워렌은 "이는 우체국에 소포를 가져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빙산이 철분을 바다로 내보내 식물성 플랑크톤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녹색 빙산을 그저 독특한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는데 이 가설이 맞다면 녹색 빙산이야말로 해양 생물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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