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산림이 많은 편이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국토면적에 비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한편 인구 1인당 산림면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적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산림의 주인은 누구일까? 우리나라의 산림은 다 주인이 있다. 대부분이 개인의 소유로 돼있다. 산림을 소유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부유한 편이다. 가난한 사람이 산림을 소유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산림에서 소득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인이 소유한 사유림 다음으로 많은 산림이 국가가 소유하는 국유림이다.

그러면 국가가 소유한 산림은 어떤 산림인가? 국유림은 원래 왕에 귀속되나 숲에 가까이 사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동으로 이용하던 숲이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개인, 문중, 혹은 마을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산림은 국가 혹은 면, 군, 도와 같은 지역행정청의 소유가 됐다.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던 산림을 국가가 그들로부터 수탈했다.

전국의 산림의 23%가 국유림인데 그 대부분이 강원도, 경상북도 등 산간지역에 위치한다. 국유림이 많은 평창군과 같은 곳에서는 지역주민이 개인적 혹은 공동으로 산림을 이용할 기회가 적다. 그러므로 산림에서 경제적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 소득을 일구기가 어렵다. 그래서 산촌지역 주민은 도시지역 주민에 비해 가난하다. 

국유림이 많은 지역의 슬픔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산림을 이용하는 임업인의 소득은 도시의 상공업보다 적을뿐만 아니라농업, 수산업에 비해도 적다. 산림이 많은 곳은 가난하며 따라서 산촌지방의 재정자립도도 낮은 편이다. 특히 국유림이 많은 지역자치단체는 세금을 걷을 수 있는 토지가 적어 지역재정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산림은 여러가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해 산림을 소유한 산주에게는 소득을, 지역주민은 깨끗한 공기와 물은 물론 아름다운 경관과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지구상의 인류를 위해서는 기후를 조절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해 길이길이 후세가 잘 살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의 유전자를 유지하는 창고이기도 하다. 특히 국유림의 경우 국민의 숲으로 인식돼, 지역주민은 물론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관리되는 숲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국가는 지역 주민이 국유림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해 왔다. 그 결과 국유림이 많은 지역은 사람이 먹고살기 힘든 편이다.  많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유림이 지역주민을 더 살기 힘들게 한다고 하는 이 현실,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 국유림이 지역주민이 삶에 도움이 되도록 국유림관리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이 국유림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국유림관리 거버넌스(governance)가 중요하다. 산림청과 지역주민이 소통하고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가칭 '국유림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국유림관리를 계획하고 혜택을 나눌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또한 국유림지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향상을 돕고 생태계서비스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간 정의롭지 못한 혜택과 부담의 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하나의 대안으로 중앙정부가 국유림이 소재하는 지역이 제공하는 국유림생태계서비스에 대해 지자체(시, 군) 재정을 지원하는 소위 '지역 산림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국유림이 소재한 주에 국유림 면적에 비례해 미국 연방정부가 연방교부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시군의 인구에 비례해 지방교부금을 지급하는 것과 유사한 제도이다. 국유림 생태계서비스의 공급 수준에 비례해 지방교부금을 지급하는 제도, 일명 '지역 산림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실시하면 국유림이 많은 산촌 지역의 가난을 해결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유림이 어떤 생태계서비스를 얼마나 공급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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