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상경집회…노조원들 은행 건물에 계란 투척

대우조선노조가 27일 상경투쟁을 벌였다.(주현웅 기자)2019.2.27/그린포스트코리아
대우조선노조가 27일 상경투쟁을 벌였다.(주현웅 기자)2019.2.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본격적인 현대중공업 매각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번 매각은 조선업 발전이 아닌 현대중공업 발전을 위한 특혜”라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여 이같이 밝혔다. 앞서 대우조선노조는 지난 21일에도 같은 장소에 간부 80여명이 모여 산업은행에 매각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경남 거제에서 상경한 700여명의 대우조선노조원들은 이 회장이 매각 절차를 일시 중단하고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이 회장의 최근 인터뷰를 의식해 나온 요구사항이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조가 과격 행동을 멈춘다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집회에서 대우조선노조는 “대화를 하려면 진즉에 했어야 한다”며 “밀실야합으로 매각을 결정해 놓고 이제야 대화를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규탄했다. 

대우조선노조는 그러면서 “오히려 이 회장이 현재 추진 중인 매각 절차를 멈춰야 노조 역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이 전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더욱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김호규 전국 금속노조위원장은 “18만 금속노조가 대우조선노조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겠다”면서 “대우조선 문제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거제, 나아가 경남 전체의 지역경제와도 직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무엇보다 대우조선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남상태 사장 등 여러 낙하산 인사들이 갖은 비리를 저질러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노동자들은 그런 대우조선을 피땀 흘려 정상화했지만 산업은행이 노동자들을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은 “대우조선이 공적자금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대우조선이 한참 잘 나갈 때는 무리하게 계열사를 떠넘기고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던 곳이 정부와 산업은행”이라고 지적했다. 

신 지회장은 이어 “이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합병시 노동자 총 고용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면서 “우리 역시 약속하건대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양사 합병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조선노조가 27일 상경투쟁을 벌였다.(주현웅 기자)2019.2.27/그린포스트코리아
대우조선노조가 27일 상경투쟁을 벌였다.(주현웅 기자)2019.2.27/그린포스트코리아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 매각이 이처럼 노조 반대라는 암초를 만난 가운데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과 협대중공업 합병은 조선업계 공룡 탄생을 의미하는 만큼 지나친 독과점 현상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7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한 적이 있다. 막대한 시장 점유율 확보로 갖은 독과점 폐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노조는 이런 전례에 따라 이번 합병 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노조의 한 조합원은 “현대중공업에 매각함으로써 조선 빅3가 빅2로 개편된다고들 말하지만 실제로는 현대중공업으로 대표되는 빅1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수주 환경이 나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산업 개편은 과도한 독과점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번과 같이 이날 집회에서도 산업은행 건물에 계란을 투척했다. 경찰은 최근 경험을 토대로 대형 그물망을 동원해 피해방지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계란은 경찰 그물망을 가볍게 넘겨 산업은행 건물을 재차 계란범벅으로 만들었다.

이후 대우조선노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자리를 옮겨 40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노조원들은 “매각 추진 절차가 중단되지 않으면 민주당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암시하기도 했다. 

황우찬 대우조선노조 사무처장은 “국민 혈세 13조원과 노동자의 피땀으로 일군 대우조선이 재벌 특혜에 따라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산업은행은 일방 매각을 멈추고 노동자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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