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한강 재자연화 지연 '직무유기' 의심"
서울시 "노후화 필연적, 언젠가는 열 수 밖에 없어"

신곡보 철거를 요구하는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농업용수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사진은 신곡보 가동보(서창완 기자)2018.11.30/그린포스트코리아
 신곡보 가동보(서창완 기자)2018.11.3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한강 신곡수중보 철거 논의가 또다시 지연되자 한강 재자연화에 대한 서울시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는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신곡보는 3월까지 수문을 개방해보고 철거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개방 자체가 수상 시설물 등에 위험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토대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는 지난 22일 회의에서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낮추면 시민 안전과 시설물 파손 등이 우려된다"며 개방 실험이 당장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6일 논평을 내고 “신곡수중보 개방 실험 중단은 한강사업본부의 보고 누락 탓”이라고 규정했다. 한강 수상 시설물을 운영 관리하는 한강사업본부가 이런 사실을 서울시나 정책위에 미리 보고하고 수중보 철거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해야 하는데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다. 

정책위원회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질 경우 한강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뒤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가동보의 5개 수문을 모두 열어 현재 2.6m의 수위를 1.4m까지 낮추는 방식이다. 개방 실험에 앞서 서울시는 안전성을 진단하는 연구 용역을 하기로 했다. 

그러자 한강사업본부는 수상 시설물 관계자들과 함께 ”수위가 낮아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수상 시설물 하부 조사도 함께해야 한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용역 결과 한강 수상시설 58.6%가 이미 강바닥과 거리가 1m 이하로 낮아 수위가 더 낮아지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수상 시설물 관리를 하는 한강사업본부가 애초 위험성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면 직무유기"며 “한강의 재자연화를 늦추기 위한 어깃장 아니냐"고 의심했다 

김동언 팀장은 시설물에 대한 위험성을 정책위와 서울시가 미리 알았다면 애초 한강의 수상 시설물 등 주변 환경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논의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에 신곡보를 개방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훈모 서울시 물순환정책과장은 오해라며 한강 재자연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용역 결과 안전성 문제로 지금 당장은 신곡보 개방이 어렵지만 보의 노후화는 필연적이며, 개발보다 보존이라는 사회적 가치 변화 등으로 "언젠가는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박원순 시장이 한강의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가 확실한 점도 신곡보를 개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들었다.

다만 시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시급하게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강사업본부의 하부조사 요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강산업본부가 수심 2.6m에서 수상 시설물 안전을 관리한 만큼 1.4m까지 수심을 낮출 경우를 대비한 하부조사를 요청한 것뿐 '늦장 보고' 같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강의 수상시설물은 민간시설이다 보니 시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신곡보를 개방하면 한강의 수심은 낮아지고, 커피전문점, 보트장, 컨벤션홀 등 한강의 수상 시설물 이전은 불가피하다. 신곡보 개방에 앞서 관계자들의 반발도 염두에 둬야한다. 

정훈모 과장은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꾀하면서 시설물에 대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서울시의 다음 스텝”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위는 완전 개방 실험이 어렵더라도 철거 논의에 필요한 조사와 검토는 계속 하기로 하고, 조만간 위원 전체의 의견을 정리해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신곡보는 1988년 2차 한강종합개발 당시 김포대교 하류에 설치된 길이 약 1000m의 수중보다. 그동안 수질 악화와 안전사고 위험 등으로 철거 주장이 계속돼왔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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