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백두까지"...그들이 탈핵순례길에 오른 까닭
"언젠가는 백두까지"...그들이 탈핵순례길에 오른 까닭
  • 박소희 기자
  • 승인 2019.02.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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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km '대장정' 탈핵희망국토순례단의 소박한 기도
교수부터 신부, 숲해설가 평범한 시민들 모여들어
"기준은 하나, 탈핵은 이땅의 생명을 지키는 길"
6610㎞(총 누적량)를 걸어 22일 광화문에 도착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박소희 기자)/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6610㎞(총 누적량)를 걸어 22일 광화문에 도착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박소희 기자)/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핵 없는 사회’를 기원하며 전국 곳곳 ‘탈핵’ 발자국을 남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하 탈핵순례단)’이다. 

2013년 6월 6일부터 시작해 2019년 2월 22일 광화문에 도착한 탈핵순례단이 지금까지 걸은 총 거리는 6610㎞(누적 거리)에 다다른다. 

탈핵순례단에는 고정된 인원이 없다. 매해 여름과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각 지역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희망 순례자를 모집한다. 걷다 보면 10명이 모일 때도 있고 100명이 모일 때도 있다. 주관은 성원기 강원대 교수가 운영위로 있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가 하지만 중심은 아니다. 탈핵순례단은 운영위원회도 두지 않는다. 권력이 형성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핵을 외치는 이들 모두 단원이며 특별한 직책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성교수를 단장이라고 부르는 건 그가 탈핵순례를 처음 시작해서다. 정작 성 교수 본인은 자신을 단원이라 부른다. 

서울 잠실대교를 건너고 있는 성원기 단장과 2019년 겨울 순례단들.(박보영 탈핵순례 단원 제공)
서울 잠실대교를 건너고 있는 성원기 단장과 2019년 겨울 탈핵순례단들.(박보영 단원 제공)
충남 논산을 지나고 있는 2019년 탈핵순례단들(박보영 단원 제공)
충남 논산을 지나고 있는 2019년 겨울 탈핵순례단들(박보영 단원 제공)

성 교수는 “삼척에서 핵발전소 설립을 반대하는 반핵 투쟁을 하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며 탈핵은 지역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탈핵 순례를 나서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다. 따라서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핵발전소 문제는 신께 기도할 문제라고 여겼다. 단지 기도의 장소가 성당이 아닌 현장일 뿐이다. 처음에는 성 교수 혼자 탈핵희망국토순례에 나섰다. 탈핵을 상징하는 깃발을 배낭에 매고 홀로 5일 정도 걸었는데(고리원전~포항 구룡포 성당) 삼척반투위에서 함께 활동하던 박홍표(상임대표) 신부가 전국운동으로 확장하자는 제안을 했다. 환경단체가 지역마다 소식을 알리니 탈핵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보폭이 커진 것이 지금의 탈핵순례단이다. 

순례의 여정 동안 수많은 ‘탈핵기념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순례가 시작된 해인 2013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핵발전소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발표하며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삼척에서는 탈핵을 약속한 김양호 무소속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성 교수는 “깃발을 단 탈핵순례단이 삼척에서 3개월 동안 시민들에게 반핵 시장을 뽑아달라 호소했다. 처음에는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 후보가 우세했는데 역전했다. 삼척은 주민투표로 탈핵 쾌거를 이뤘다”고 당시 순례 여정을 되돌아봤다. 

2017년 촛불정국에서는 국회와 중앙 당사를 방문하며 탈핵 공약 요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광주 금남로 등 촛불 연단에 서서 실행력 있는 탈핵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탈원전을 공약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지시했다.

그는 "촛불이 뽑은 대통령은 문재인 개인이 아니라 탈핵을 실천할 대통령이었다"며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사정판결 등 2년이 지난 지금 반대세력에 막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후퇴하고 있지만, 기준은 하나다. 국민의 안전. 단순하게 판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 고리에서 임진각까지, 경부선을 따라 임진각까지, 한빛원전에서 시작해 호남선 따라 임진각까지 매번 노선도 다르고 활동 내용도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탈핵’ 그것이 이 땅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번 순례는 23일 남한 최북단인 임진각에서 마무리된다. 애초 백두산까지 갈 작정이었지만 분단의 벽이 그들을 막았다. 가는 길을 붙잡고 마음만은 백두산이라는 이들의 소박한 기도를 들어봤다. 

 

.충북 청주에서 온 탈핵순례 단원 장미영(51)씨
충북 청주에서 온 탈핵순례 단원인 장미영(51)씨는 언어치료사다. 원래 주5일 일을 해야 하는데 워낙 사안이 시급하다 보니 생업을 줄이고 순례에 나섰다. (박소희 기자)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상생을 위해서는 적당히 불편한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편리가 생산을 늘리지 않나. 핵을 포함해 인간이 만들어낸 생산물이 자연과 이 땅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소박한 삶의 지향한다. 탈핵순례를 통해 삶의 모토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이 핵을 만들었다. 해서 탈핵은 탈권력의 상징이다. 기득권자들이 권력을 놓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평화는 탈권력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한 걸음이 지역에서 실천으로 나타난다. 탈핵순례의 감동은 거기에 있다

- 충북 청주에서 온 탈핵순례 단원 장미영 씨-

 

탄광에서 광부로 오랫동안 살아온 신명식(63) 씨는 강원도 영월에서 왔다. 처음엔 저도 원전이 값싸고 깨끗한 줄 알았지만 아니라는 것을 알고 5년째 참가하고 있다. (박소희 기자)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탄광에서 광부로 오랫동안 살아온 신명식(63) 씨는 강원도 영월에서 왔다. 처음엔 그도 원전이 값싸고 깨끗한 줄 알았지만 아니라는 것을 알고 5년째 참가하고 있다. (박소희 기자)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정말 비싸고 위험한 전기를 후손들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하니 죄짓는 선조가 되는 것 같아서 동참하게 됐다. 5년째 참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다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핵발전소를 껐으면 좋겠다.

- 강원도 영월에서 온 탈핵순례 단원 신명식 씨-”

고리원전 80㎞ 반경에 있는 경남 진해. 그곳에서 온 김영선씨는 올해로 환갑이다.
고리원전 80㎞ 반경에 있는 경남 진해. 그곳에서 온 김영선씨는 올해로 환갑이다. 숲해설가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그는 낙동강 지키랴, 탈핵 외치랴 바쁘다. (박소희 기자)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숲해설가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환경을 주제로 공부했는데, 기후변화의 요인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로 6살 된 손자에게 핵폐기물을 넘겨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낙동강 재자연화 운동과 더불어 방학마다 탈핵을 외치게 된 이유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만 봐도 끔찍하지 않나. 단 한 번으로 생명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거다. 국민도 바쁘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환경문제까지 나서야 한다(^^) 백두산까지 가야하는데 아직은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다. 아무리 멀어도 가야지. 꼭 필요한 일이니까.”

- 경남 진해에서 온 탈핵순례 단원 김영선 씨-


 

ya9ball@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