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부대표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 기준 약 7억톤. 세계 7위다. 2015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국내 석탄화력발전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연간 1144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포함한 대기오염 배출자들에게 부과된 세금, 부담금 등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수 조 원에 달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자금을 공적 금융기관들이 제공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이 문제를 캐치하고 정부 차원의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단체가 있다. 바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Solutions For Our Climate, SFOC)이다.

 

(Pixabay 제공) 2019.02.22/그린포스트코리아
(Pixabay 제공)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겨울이 저물어가는 2월 중순, 서울시 성수동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 건물 회의실에서 이소영 기후솔루션 부대표를 만났다. 헤이그라운드는 기후솔루션을 포함해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1인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이 공동 사무실과 공동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한다.

기후솔루션은 환경, 특히 기후변화 부문을 다루는 비영리법인이다. 2016년 9월에 설립됐다. 김주진 대표와 이소영 부대표를 비롯해 박지혜 변호사,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 믹전해원 박사, 김주리 팀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김주진 대표와 이소영 부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한 선후배 사이다. 당시 이 부대표는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왜 하필 환경이냐”는 질문에 이 부대표는 “타고난 것 같다”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분리수거, 동‧식물 문제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생 때는 UN기후변화총회를 보기 위해 자비를 털어 덴마크까지 날아가기도 했죠. 소위 말하는 ‘환경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어요.”

이소영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부대표. (홍민영 기자 촬영)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이소영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부대표. (홍민영 기자)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솔루션은 출범한 지 2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손꼽히는 성과를 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석탄금융(Coal Finance)’ 프로젝트다. 석탄을 채굴 및 사용하는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기후솔루션은 특히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를 규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는 2015년 주법을 개정해 미국 최대의 공적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교직원연금(CalSTRS)이 석탄발전회사에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미 실시된 투자 역시 2017년 7월 1일까지 회수하도록 엄격히 조치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연기금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도 2014년 각국의 석탄화력 발전기업‧광산기업 중 전력생산 또는 매출액의 30% 이상을 발전용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때 제외된 기업 명단에 한국전력공사가 포함됐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량과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악명 높은 수준이다. 2018년 9월 기준 한국에 존재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61기(35.4GW), 석탄열병합발전소는 24기(2.2GW)다. 여기에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와 1기의 석탄열병합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2017년 석탄발전량 비중은 전체의 43%(238TWh)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숫자가 많다 보니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다. 기후솔루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무려 40%가 발전소 배출분이다. 그 중 전력 부문 온실가스의 80%가 61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 역시 어마어마하다. 기후솔루션이 2019년 1월 출간한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트리는 나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석탄발전에 공적 금융기관이 투자한 금액은 총 23조7808억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산업은행, 공무원연금공단 등 7개 공적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한국전력공사의 5개 발전자회사 등을 대상으로 10년 간 12조966억원을 투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의 3개 기관은 해외에도 11조6842억원을 투자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발행한 석탄금융 관련 보고서들. (홍민영 기자 촬영)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발행한 석탄금융 관련 보고서들. (홍민영 기자 촬영)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적인 평가는 최악을 달리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 싱크탱크 네덜란드 환경평가원과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는 최근 한국을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와 함께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4대 문제국가’에 포함시켰다.

“이건 생각보다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후변화 문제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 산업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죠.”

이 부대표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설명했다.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발전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런 장점도 퇴색되고 있다. 2018년 말 금융투자회사인 라자드(Lazard)에 따르면 석탄의 균등발전원가(LCOE)는 1MWh 당 60~143달러인 반면 대형 태양광은 46~53달러, 풍력은 29~56달러로 훨씬 낮았다.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 아래, 석탄화력발전은 가까운 시일 내에 좌초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기후변화의 위험성,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고려했을 때도 재생에너지로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에도 힘을 기울인다. 한국 역시 2030년 감축목표를 내놓았으나 제대로 된 이행수단이 없어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환경평가원과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는 한국의 현재 정책으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들이 동남아시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자금을 대는 것도 문제다.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자금 중 한국의 공적 금융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에 달한다. 이런 한국의 투자 행위는 국제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각종 시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 등 글로벌 분석기관에서도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매우 부적절(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 부르는 해외 언론도 있을 정도예요.” 

 
지난해 UN기후변화협약총회가 열린 폴란드에서 한국의 석탄금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기후솔루션 제공)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UN기후변화협약총회가 열린 폴란드에서 한국의 석탄금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기후솔루션 제공) 2019.02.24/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솔루션은 이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2017년 초, 기후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국민연금의 석탄금융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가 여러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석탄금융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후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 현황을 조사한 ‘석탄금융 보고서’를 출간해 석탄금융이 환경 부문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데 일조했다. 

“그 때만 해도 포털사이트에 ‘석탄금융’ 또는 ‘공정 금융기관 석탄’으로 검색해도 결과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수 백 개의 검색 결과가 나와요. 대중들이 그만큼 석탄금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증거죠.”

이러한 노력은 실질적인 법 개정으로도 이어졌다. 재작년 국회에서는 공적 금융기관들의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막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 법률안,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이 발의됐다. 2018년 10월에는 공무원연금공단과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이 앞으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석탄금융 중단 선언을 하기도 했다.

석탄화력발전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정부와 국민에게 의지만 있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이를 위한 제언을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 기후솔루션의 의지다. 

“저나 김 대표님이나 비영리법인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환경단체를 설립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조차도 몰랐죠. 주변에서 좋은 직장을 그만 두고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는 우려 섞인 질문도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도 많이 익숙해지고, 지지해 주는 분들도 늘어났습니다.”

이 부대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며 웃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엄청난 문제임에도 우리 정부나 기업들은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어요.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난을 받는 우리 기후·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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