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이사회서 의장직 사임 처리
기업 사회적 가치 높이고 정부 기조 호응
국민연금 의식 지분율 지키기 속내 관측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 배경과 영향은 업계 전체의 관심사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를 더한 것이란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이목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내달 5일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임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SK㈜는 SK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곳이다. 거느리는 계열사만 100여곳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한 배경이 사회적 가치 실현일 것이란 말이 나온다.(SK그룹 제공)2019.2.21/그린포스트코리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한 배경이 사회적 가치 실현일 것이란 말이 나온다.(SK그룹 제공)2019.2.21/그린포스트코리아

◇ 소유·경영 분리로 ‘사회적 가치’ 실현…투자 늘리기 목표

업계는 최 회장의 의장직 사임을 사회적 가치 실현의 일환으로 바라본다. 최 회장은 이전부터 사회적 경제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보여왔다. 회장직과 의장직 겸직은 소유와 경영을 혼자 하겠다는 뜻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

물론 최 회장이 주창해온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돈을 포기한단 뜻은 아니다. 그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곧 이익이라고 바라본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사회적 경영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무척 컸다”고도 밝혔다.

당시 최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190여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 그와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며 “인센티브를 받은 사회적 기업은 SK의 지원금(150억원)보다 더 많은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결국, 최 회장의 의장직 사임은 SK가 사회적 가치와 이익을 함께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소유와 경영 분리, 경영투명성 제고로 사회적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 유치에 유리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실제로 기업의 경영과 소유 분리는 OECD가 정한 글로벌 표준이다. 이를 준수하는 것이 투자를 유치하기에 원활하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19개 평가항목 중 하나로 정해뒀다.

이와 함께 이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이번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방향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여러 경로로 경영·소유 분리를 비롯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하고 있다.

◇ 지배구조 개편 어쩌나…경영 효율성 우려도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2대 주주(9.1%)인 국민연금이 두려워 정부 정책 기조를 따르고 의장직도 사임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부 있다. SK하이닉스가 소위 ‘짠물 배당’으로 정평이 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도 여러 계열사 합병을 거쳐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분율을 지켜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려면 SK㈜ 주가 부양이 꼭 필요하고, 자연히 투자가 늘어야 하므로 글로벌 표준을 준수하기 시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한편에선 의도가 어떻든 최 회장 의장직 사임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까 우려한다.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소리는 SK가 최근 반도체에 힘입어 현대차를 제치고 재계 2위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커졌다.

최 회장 다음 이사회 의장으로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거론된다. 염 총장은 학자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내다 2015년부터 고려대 총장으로 일해왔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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