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쿠즈바스 석탄,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
중금속 성분 포함··· 암, 소아뇌성마비, 결핵 유발

'탄광눈'에 뒤덮힌 차량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탄광눈'에 뒤덮힌 차량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유독성 눈이 시베리아 광산 지역을 검게 뒤덮었다.

세계 최대 탄광 지역인 시베리아 남서부 쿠즈바스에서 배출된 유독성 탄광 먼지가 눈과 뒤섞여 내려 이곳 주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시베리아 케메로보 주(州)에 있는 쿠즈바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산지 중 하나다. 현재 러시아 총 석탄 생산의 59%를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석탄 수출량 76%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탄광 지역 주민은 도로와 주택 곳곳에 쌓인 ‘탄광눈’을 촬영해 온라인에 올렸다. 이 영상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인류가 만든 생태 재앙’이라는 반응을 받고 있다.

한 여성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탄광눈은 아이들 놀이터와 빌딩 마당을 뒤덮고 도로에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다. 러시아 언론은 “이 영상의 장면들은 종말 이후의 세상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시베리아 서부 지역 쿠즈바스의 눈을 온통 검게 물들인 탄광 먼지는 노천굴 광산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그동안 2600만 거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왔다. 실제 이 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은 러시아 평균 수명(남성 66세, 여성 77세)보다 3, 4세가량 낮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쿠즈바스 지역의 암, 소아뇌성마비, 결핵 비율도 국가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러시아 환경단체 ‘에코디펜스’의 회원 블라디미르 실비악은 “겨울에 하얀 눈을 보는 일은 이 지역에서 굉장히 드물다”며 “공기 중에 항상 탄광 먼지가 떠다니는데 평소엔 잘 보이지 않다가 눈이 내리면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러시아 환경운동가들은 영국에 러시아 석탄 수입 보이콧을 요청하고 있다. 러시아와 영국의 정치적 공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영국 석탄 수입 최대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석탄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탄광 먼지엔 수은과 비소 등 중금속 성분이 들어가 있어 매우 유해한데 기차에 실은 수출용 석탄을 하역할 경우 기차선로를 따라 바람과 비를 통해 강과 마을에 먼지가 유입돼 환경문제를 악화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러시아 당국이 마을과 인접한 노천굴 광산에 대한 안전 기준과 규정을 못 본 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드레이 파노브 쿠즈바스 부지사는 석탄화력발전소외에 교통 관련 오염, 불특정 기업들도 검은 눈 발생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숲보호단체 페른(Fern)과 탈석탄단체 코울액션네트워크(Coal Action Network)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계속된 환경 오염으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이 쿠즈바스를 점점 떠나고 있다. 보고서는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자연은 더는 남아 있지 않고, 식수조차 악취가 나 마실 수 없는 지경”이라며 “투르크계 토착 원주민인 쇼르인 인구가 지난 7년간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쿠즈바스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한국(14.9%)이었다. 러시아에서 수입한 2660만t 중 1907만t을 쿠즈바스에서 들여왔다. 일본(10.5%)과 영국(8.5%), 터키(8.1%)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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