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보는 환경 지도책 : 세계의 멸종 동물’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조현진 글 | 고순정 그림 | 한상훈 감수 | 휴이넘 | 2011년 12월 20일
조현진 글 | 고순정 그림 | 한상훈 감수 | 휴이넘 | 2011년 12월 20일

 

이 책의 한 단락 : 언제부터인가 얼음이 녹기 시작했어. 얼음이 녹자 물범도 점점 사라졌지. 엄마는 더 멀리 사냥을 떠나야 했고 내가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졌어.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어. 다음 날이 되어도 그 다음 날이 되어도, 엄마는 오지 않았지. 어느새 난 어른 곰이 되었지만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얼음은 매일매일 조금씩 줄어들어 이제는 두 발을 딛고 설 얼음조차 찾기 힘들어.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이야기로 보는 환경 지도책 : 세계의 멀종 동물’은 환경 문제가 지구에 사는 생물에게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주는 지식 정보 그림책이다. 현재 환경 위기를 겪는 지역은 어디인지,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한 익숙하고도 낯선 이야기를 동물들의 목소리로 전한다.

◇ ‘그들’을 ‘우리’로 생각하는 일

인간이 진화하면서 직면했던 첫 문제는 ‘나 혹은 우리’였다. 인간은 음식이나 물품을 나눠 가져 굶어 죽거나, 호랑이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가족이나 사회를 꾸려 그 구성원으로 살아왔다. 집단의 이득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조금씩 희생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환경오염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바로 ‘우리 혹은 저들’이다. ‘우리’와 다른 집단인 ‘저들’을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엔 여전히 인종차별, 민족주의가 만연하다. 기준을 인간이 아닌 생명의 범위로 확장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과 가족을 가진 동물, 집을 가진 식물을 과연 ‘우리’와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한 세계 멸종 동물의 소식은 눈앞의 환경오염을 외면하게 하기 십상이다.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철, 에어컨 온도를 내리며 엄마를 잃은 새끼 북극곰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집을 잃고 외지로 밀려나온 아마존의 원주민이나, 밑동이 잘려버린 나무의 고통을 상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 지구의 ‘달동네’에서 온 편지

이 책의 주인공 푸름이는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발송자는 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이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달동네에서 온 생물들이다. 첫 번째 편지는 북극의 ‘일라낙’(이누이트족 말로 ‘친구’라는 의미)이 보낸 것이다. 일라낙은 아침마다 엄마와 함께 눈 위를 뒹굴고 물범 사냥을 떠나던 시절을 추억하며 지금은 사냥을 떠난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한다. 얼음이 녹아 물범이 사라지고, 엄마 북극곰이 더 멀리 사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일라낙이 푸름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그의 도움 없이는 두 발을 딛고 설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일라낙은 편지를 통해 왜 이렇게 얼음이 녹게 됐는지, 일라낙 외에 또 어떤 생물이 외로움과 굶주림을 호소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푸름이는 호주에 사는 코알라 대장 ‘X’로부터 온 편지도 받는다. 대장 X는 부하 Y, Z와 함께 최고의 유칼립투스를 찾아 떠돌아다닌다. 이 유칼립투스 원정대는 갈수록 시들해지는 유칼립투스 때문에 먹어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전한다. 대장 X는 부하들과 함께 다른 숲을 향해 떠났지만 산불, 자동차 등 온갖 위험을 마주하고 두 부하를 잃는다. 혼자 남게 된 X는 푸름이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또 인간이 어떻게 해야 코알라를 도울 수 있는지 일상 속에 숨겨진 많은 환경 보호 실천법을 제시한다.

각기 다른 환경 테마를 가진 멸종 위기 동물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하는 동시에 공감을 끌어올린다. 일라낙과 대장 X뿐 아니라 아마존에서 집을 잃은 나무 ‘마호’와 가장 못생긴 산호가 돼버린 ‘모리’ 등 고통받는 생물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공감한 후 접하는 환경 지식 정보는 더 큰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다가올 것이다.

◆ 신간소개

엔네아데스 천줄읽기 오늘날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은 그 본질에 대한 논의를 망각한 채 점점 상대주의적인 것으로 굳어 가고 있다. 플로티노스에게 ‘아름다움(美)’이란 ‘선(善)’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존재의 자기실현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천 년도 넘은 고대의 타이틀이지만 오늘날 다시 새겨볼 만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적 해답이 담겨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132쪽/12000원)

 

 

화장품 광고와 아름다움의 문화사 한국 최초의 국산 화장품이 등록되고 신문에 화장품 광고가 실리기 시작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다. 이 책은 한국 화장품 광고의 100년사를 기술하고 광고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시대별 특성, 광고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혹은 변화하는 메시지가 형상화하는 한국 사회. 오늘날 K-뷰티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화장품과 사회문화를 광고라는 매체를 통해 고찰한다. (커뮤니케이션북스/400쪽/24000원)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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