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15년, 경북 구미시 아파트 주민과 한국도로공사 등 갈등

‘환경쿠즈네츠 곡선’이란 게 있다. ‘∩’자 모양으로 생긴 이 곡선은 국가가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면 환경이 갈수록 깨끗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오염된 환경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경우 환경분쟁이 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환경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그린포스트코리아>와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환경법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혹시 문제는 없는지, 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한다. 구성은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형태로 각색했다.[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2007년 경북 구미시 봉곡동의 한 신축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앞 고속도로의 소음에 시달렸다. 웬만해선 참고 지내려 했으나 갈수록 교통량이 늘면서 고통이 더해졌다. 이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재정신청을 했다.

한국도로공사와 택지개발사업 시행자 및 아파트 시공업체 등이 방음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재정결정을 내렸다. 또 주민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법원이 맡게 됐다.

2007년 경북 구미시의 모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고속도로에 따른 소음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픽사베이 제공)2019.2.18/그린포스트코리아
2007년 경북 구미시의 모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고속도로에 따른 소음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픽사베이 제공)2019.2.18/그린포스트코리아

주민들

입주 전부터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있을 것이란 점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심해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저희가 측정까지 했는 걸요. 결과를 보니까 주간에는 69.4dB, 야간에는 69.1dB 정도더라고요. 사실상 밤낮 없이 소음에 시달리는 셈이죠. 사람이 우선인데, 방음대책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한국도로공사

주민 분들의 심정은 이해해요. 그러나 입주 전부터 예정됐던 확장공사였고요, 즉 주민 분들은 입주 시 일정 부분 소음 피해를 감안한 셈 아닌가요? 또 저희가 도로를 공사하고 관리는 하지만 이는 국토해양부 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일 뿐이에요. 저희가 독자적인 관리주체가 아니라는 뜻인데 왜 저희에게 책임소재를 묻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재판부는 수인한도의 기준 등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인한도의 기준 등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2010년 2월)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예정된 상태에서 주민 분들이 입주를 했네요.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한국도로공사 측 말처럼 주민 분들이 어느 정도 소음은 예상할 수 있었을 거에요. 또 한국도로공사가 국토해양부 장관의 지도·감독이 따른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민 분들이 소음을 예상했더라도 ‘일정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지 않았을까요. 환경정책기본법이라는 게 있거든요. 이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낮 소음 기준은 65~68dB, 야간 소음 기준은 55~58dB 정도에요.

 

주민 분들이 측정한 결과는 전부 이를 초과했잖아요. 결국 주민 분들의 예상과 달리 ‘일정 수준’을 넘어선 소음이 발생한 셈이죠. 피해가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초과했다는 뜻입니다.

 

또 한국도로공사가 국토해양부 장관의 지도·감독에 따르는 입장이므로, 독자적인 책임 주체가아 안 된다는 점도 받아들이긴 힘듭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어쨌든 권한을 대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관리주체잖아요. 국토해양부 장관의 지도·감독은 내부적인 행정절차에 불과합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재판부는 분쟁위의 재정결정을 받아들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주민들이 더는 소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음대책을 강구·이행하세요.

2심 재판부(2011년 9월)

수인한도라는 게 실은 어느 정도인지를 법에서 정해두고 있진 않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 등을 참고할 수는 있을 테지요. 다만, 법은 최소한이라고들 하잖아요. 따라서 환경정책기본법 등에 나온 소음 dB 기준은 환경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주민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 발생한 건 사실로 보입니다. 또, 설령 주민들이 심각한 소음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더라도 마찬가집니다. 주민들이 예상 가능했다면 한국도로공사도 예상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미리 방음대책을 수립했어야죠.

 

소음피해를 유발하는 고속도로는 설치·관리 측면에서 하자가 생긴 것과 다름이 없다고도 볼만합니다. 이에 본 재판부도 분쟁위와 1심 재판부의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쪽은 주민들을 위해 방음대책을 수립하도록 하세요.

대법원(2015년 9월)

환경정책기본법 등의 공법상 규정을 수인한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해당 법은 환경행정에서 정책적 목표로 설정된 기준이기 때문이에요. 도로의 종류, 등급, 차로의 수, 도로와 주거의 선후관계 등 구체적 사정은 담지 못하고 있어요.

 

따라서 환경정책기본법의 소음환경 기준을 초과하는 도로소음이 존재한다고 해서,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위법 행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도로는 현대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시설이잖아요.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고요.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주거의 과밀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이 발생하는 건 피치 못할 변화가 아닐까요. 그러므로 이번 재판부는 1·2심과 다른 결론을 지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소음피해와 관련한 방음대책 마련 의무를 안 지어도 되겠습니다.

 

이승태 변호사
이승태 변호사

이승태 변호사

 

이런, 막바지에 판결이 뒤집혔네요. 주민들로서는 무척 아쉽겠군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환경정책기본법 등의 환경기준을 수인한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1·2심 재판부는 이를 수인한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러나 대법원은 공익적 기능을 하는 도로의 경우 수인한도의 초과 여부를 보다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환경정책기본법 등의 환경기준이 모든 상황을 포괄할 수 없다고 봤고요.

 

하지만 이런 대법원의 판단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공공성만을 중시한 탓에 개인의 피해는 고려대상에서 배제됐잖아요.

 

무엇보다 공법상 기준이 정책적 목표라곤 하지만, 사실 ‘최소한’이기도 하거든요. 이번 사건의 경우 ‘공법상 규제마저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일조권과 관련한 판결에서는 공법상 규제를 수인한도 초과 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답니다.

 

특히 이번에 주민들이 강조한 건 손해배상의무보다는 소음저감을 위한 방음대책 마련이었거든요. 이는 개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잖아요. 그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특히 아쉬움을 더합니다.

국민들의 환경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승태 변호사는 제40회 사법시험 합격(1998년), 현재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2015.2~2017.2),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14.11~현재), 한국환경법학회 정회원(2015.7~현재), 환경부 고문변호사(2018.4~현재),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2014.1~현재)로 역임 또는 활동중이다.

이 콘텐츠는 환경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환경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chesco12@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