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다방]국민 눈높이 맞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녹색다방]국민 눈높이 맞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 그린포스트코리아
  • 승인 2019.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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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지난 1월 30일, 대전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2011년 문을 연 대전 아쿠아리움은 수족관으로 등록, 운영되는 시설이다. 1층에 들어서니 아프리카, 유럽, 아마존 등 서식지별로 구분한 어류 전시관이 조성되어 있고 우리나라 토종 담수어류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2층에 들어서는 순간 전시장 이름부터 ‘체험동물원’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육상동물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3층에는 사막여우, 라쿤, 스컹스, 호저, 미어캣 등 크기와 종류도 다양한 육상동물이 사육되고 있었다. 사육장은 하나같이 전면 유리에 타일바닥으로 조성되어 있었고, 사육장마다 먹이를 넣는 구멍이 뚫린 것이 요즘 성행하는 유사동물원과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맹수관에는 사자, 호랑이, 흑표, 하이에나, 반달가슴곰 등 맹수류 동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다들 좁은 방 안을 잰걸음으로 숨 가쁘게 왔다갔다하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벽에 뚫린 구멍으로 닭날개가 꽂힌 쇠꼬챙이를 들이밀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실내 체험동물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건물 밖에 철조망으로 설치한 원숭이 사육장 안에는 플라스틱 개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909년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원이 문을 연지 100년이 넘도록 우리 사회에는 동물원과 수족관의 운영과 관리를 규율하는 법률이 전무했다. 이러한 상황은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한 전시동물의 복지 문제, 폐업한 동물원 동물의 처리,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인명사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수족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언론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었고, 제 19대 국회에서 장하나 의원, 한정애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 등이 동물원 관련 법안을 발의해 국회 임기 마지막 날 극적으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허가제, 사육환경 요건 등 법의 제정 취지를 담았던 조항은 통과된 제정안에서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2017년부터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정작 동물원 동물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 9월 기준으로 동물원 84개소, 수족관 23개소가 지방자치단체에 운영되고 있다. 등록된 시설만 하더라도 절반에 달하는 숫자가 실내동물원인데다, 관람객 편의 위주로 전시하다보니 동물원과 수족관이 혼합된 형태의 시설도 많다. 동물원의 범위를 야생동물 또는 가축을 총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로 규정함에 따라 종과 개체수가 범위에 미달하는 소규모 시설, 이동식 전시시설 등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야생동물카페, 동물원으로 등록되었지만 번식과 판매를 위주로 하는 시설, 식당에서 손님 끌기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시설 등 사육환경과 관리 수준이 동물원이라고 차마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인 시설도 허다하다. 어린이집, 대형마트, 행사장까지 동물을 짐짝처럼 운송하는 이동동물원도 아무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단체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최소한의 복지 기준도 없이 운영되는 유사동물원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를 대상으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전시동물 복지를 강화할 것을 요구해 왔다. 다행히 2017년 발의된 첫 개정안이 2018년 통과되면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5년 마다 동물원수족관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종합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는 성과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해 9월 대전오월드에서 사육장 밖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되면서 동물원·수족관 관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논의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 논의되는 개정 방향의 큰 골자는 현행법에서 서류상 등록요건을 갖추어 관할 시·도지사에 등록하도록 하는 등록제를 충분한 자격을 갖춘 시설이 국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도록 하는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허술한 등록제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전문성이 없는 운영자라 할지라도 누구나 등록해 운영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게 하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기적, 전문적인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성이 있다. 해외의 경우 영국, 유럽연합 회원국 28개국, 스위스, 미국, 호주, 인도 등 동물원 관련법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려면 법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국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제 또는 면허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동물원과 수족관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인원이 정기적·비정기적 검사를 통해 허가기준을 준수하면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반려동물 영업의 규제수준과 비교해보면 반려동물 생산업에 대해서는 허가제를 규정한데 비해 판매·전시·위탁·미용·장묘업은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많은 숫자의 동물을 번식용도로 사육하는 생산시설이 본질적으로 동물복지를 위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규제기준에 차등을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동물원과 수족관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생태적 습성을 가진 수십에서 수백 종의 야생동물을 제한된 공간에서 사육하고, 관람을 위해 관람객에게 노출시키는 특성을 지닌 시설이기에 불가피하게 동물의 복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야생동물과 관람객, 사육사 등 사람이 일상적으로 공존하고 특히 사육사, 수의사 등 종사자는 관리를 위한 동물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특성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는 곳이다. 가축화(domesticated)된 동물 종과 달리 탈출이나 공격 시에는 인명사고 발생 위험도 반려동물 생산업이나 축산 농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인수공통전염병 등 질병관리 역시 가축화된 동물 질병의 경우 이미 연구와 예방·치료 프로토콜이 축적된 것에 비해 야생동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질병에 대한 연구와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렇게 사회적 위험도가 높은 시설을 누구나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뽀롱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민들의 동물복지의식에 비해서도, 최대한 자연서식지와 유사한 전시형태로 진화하는 국제적 추세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동물원·수족관의 전시환경은 뒤쳐져 있다. 형식적인 관리감독 강화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수족관으로 등록된 대전아쿠아리움 맹수관에는 호랑이가 전시 중이다.(이형주 대표 제공)
수족관으로 등록된 대전아쿠아리움 맹수관에는 호랑이가 열악한 환경 속에 사육 중이다.(이형주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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