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계속 나는데… 폐기물시설 '소방 사각지대'
불은 계속 나는데… 폐기물시설 '소방 사각지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2.16 0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방법·폐기물관리법에도 관련 규정 전무
전국 곳곳 '쓰레기산'…세부 규정 마련해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최근 폐기물 처리시설의 화재가 잇따르면서 관련 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달 경기 고양시 한 폐기물시설 화재를 비롯해 지난달에만 대전·포항 등 곳곳에 불이 났지만 이를 예방할 소방 관련 내용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11일 경기 고양시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1억원 가량의 재산 피해가 났다. 당시 소방당국은 폐기물량이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난 폐기물 더미에서 내뿜는 연기가 서울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고양시에서 창문을 닫으라는 안내문자까지 발송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화재였다.
 
이 같은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는 지난달에만 포항, 대전, 강릉 등에서 발생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잇따른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에도 소방 관련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픽사베이 제공) 2019.2.15/그린포스트코리아
잇따른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에도 소방 관련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픽사베이 제공) 2019.2.15/그린포스트코리아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가 잦은 이유는 쌓여있는 폐기물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스스로 내뿜는 열은 원인 파악이 힘들다. 경북 의성군에 쌓인 7만4000여톤의 생활 폐기물 더미에서 난 불로 소방 당국이 끊임없이 출동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의성 쓰레기산' 화재 역시 정확한 발생원을 찾지 못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20차례 넘게 소방대가 출동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폐기물 더미에는 폐비닐이나 압축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소재가 많아 불의 확산도 빠르다. 연기에서 나오는 각종 유독가스도 문제가 된다. 큰불을 잡아도 수백 톤 쌓인 폐기물을 일일이 뒤집어 불씨를 확인해야 한다.
 
폐기물시설의 화재 발생이 이처럼 잦지만 이를 예방할 방법이 소방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에는 건축물 관련 조항만 있을 뿐 폐기물업체에 적용할 소방시설 설치 기준은 없다. 지자체에서 1년에 2번 정도 폐기물 업체를 점검하지만 소방시설 부분은 예외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법은 소방 대상물에 한정해 소방시설 등을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폐기물 적치장의 경우는 보통 노지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축물 형태 건물에만 관련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폐기물 관리·처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폐기물관리법에도 소방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
 
2016년 기준 전국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은 모두 631개다. 소각시설 166개, 매립시설 185개 등이 있지만 이들 시설의 소방 관련 규정이나 대책은 없는 셈이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폐기물 발생량 41만4626톤 중 생활폐기물은 5만3490톤으로 12.9%밖에 되지 않는다.
 
사업장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16만4874톤)이나 건설폐기물(19만6262톤)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관련 법의 사각지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폐기물처리업체 관계자는 “국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 폐기물 처리업체의 경우 불법으로 쓰레기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위험은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화재가 잦은 만큼 폐기물시설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폐기물 발생업체에 대한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처리업체의 폐기물 불법 적재 등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otiv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