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이른바 '황제보석' 등의 논란이 일었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이를 계기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 재벌에 대한 향후 재판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피해 만회를 들어 집행유예를 내리면 재벌기업의 고질적 문제 개선이 어렵다’는 취지의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 재판부 “재벌기업의 고질적 범행 개선해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주)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재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기업 오너가 200억원대 횡령·배임죄를 저질렀는데 사후에 피해를 회복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내린다면 횡령·배임 등 재벌기업의 고질적인 범행 개선이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대법원 파기 취지에 따라 조세포탈 혐의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이호진 전 회장에게 내려진 법원의 여섯 번째 판단이다.

앞서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증빙자료도 없이 생산량을 조작하고 불량품을 폐기한 것으로 속이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를 통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횡령금액은 총 421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2014년 법인세 9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1·2심은 이호진 전 회장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1심에서 20억원이었던 벌금이 2심에서는 1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법원은 이호진 전 회장의 횡령액 계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이호진 전 회장 관련 재판은 진행된 지 8년여 만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2011년 1월 구속 기소된 이호진 전 회장은 이듬해 간암을 진단받고 보석으로 풀려나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 기간 동안 음주와 흡연,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는 모습 등이 언론에 포착돼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법원이 보석 취소를 결정하며 재수감됐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 회장

◇ ”재벌 범죄 엄단해야“ 이웅렬에 쏠린 눈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각이 있다. 이형철 ‘태광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재벌 범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재판부의 실형 취지, 실제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무척 잘된 일”이라면서도 “다만 검찰이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더 큰 엄벌이 있진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는 재벌의 탈법행위에 대한 엄단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4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이호진을 엄벌해 재벌 범죄를 일벌백계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선고가 나오자 세간의 시선은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으로 쏠리고 있다. 시민사회가 재벌 범죄 엄벌을 촉구한 그날 이웅렬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웅렬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금융실명제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이웅렬 전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 수십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한 뒤 이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아예 숨긴 혐의를 포착했다.

이웅렬 전 회장은 또 2016년 상호출자 제한 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며 차명 주식을 본인 보유분에 미포함 했고, 2015년부터 2년간 양도소득세를 안 내려고 차명 주식 4만주의 차명 상태를 유지·매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각각 독점규제법과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이다.

chesco12@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