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대란 뒤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 1년
‘비접착 라벨 불가’ ‘무색 페트병 전환 지체’ 뒷걸음질
국내 페트병 질 떨어져 일본 폐 페트병만 수입 급증

지난해 5월 10일 발표한 '재활용 종합대책'에서 환경부가 예로 든 비접착식 라벨. (환경부 제공) 2019.2.14/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5월 10일 발표한 '재활용 종합대책'에서 환경부가 예로 든 일본제 비접착식 라벨. (환경부 제공) 2019.2.1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페트병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올해 말까지 비접착식 라벨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하겠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이에 앞서 재활용 폐기물 대책 발표 때는 일본제 비접착식 라벨을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개월 뒤 국내 공정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비중 1 미만'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지난해 4월 폐기물 대란을 겪은 뒤 ‘재활용 종합대책’을 세운 환경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라벨 문제 뿐 아니라 음료·생수 페트병 무색 전환도 1년 연기했다. 폐기물 대란의 주원인은 '라벨 분리가 어려운 유색 페트병'이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고수하는 접착식 라벨이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페트병 세척공정에서 접착식 라벨 흔적을 없애려면 85~90도 고온으로 끓인 가성소다 희석액을 써야한다.

플라스틱 시트 등을 제조하는 업체 대표 A씨는 “고온의 가성소다 희석액을 사용하면 페트 점성을 낮춰 품질이 낮아진다. 가성소다를 쓰면 린스를 여러 번 써도 표면에 스크래치가 나 황변의 원인이 된다. 겉보기엔 깨끗하지만 상품성은 낮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한국산 페트병은 시장에서 일본 제품보다 단가가 낮다. 일본 페트병은 겉보기에는 더 지저분하지만, 라벨을 붙일 때 접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분자구조가 깨지는 등의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는 사이 국내의 일본산 폐 페트병 수입은 크게 늘었다. 14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부산항을 통해 수입한 일본산 폐 페트병은 전년대비 4배 폭증했다. 모두 2만1752톤으로 15g 생수병 기준 14억5000만개 수준이다.

페트병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중국에서 일부 일본산 폐 페트병 수입을 금지하면서 그 틈에 우리나라의 수입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접착식 라벨을 고집하는 우리나라 페트병의 상품성이 낮아 품질이 좋은 일본산을 오히려 수입해 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폐 페트병을 높은 가격에 수출하는 일본은 1992년부터 페트병 라벨에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을 규제해 왔다. 접착제를 사용하더라도 흔적이 남지 않는 리무벌(remaval) 접착제를 쓴다. 

환경부는 접착식 라벨과 가성소다를 이용한 재활용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현행 폐수처리 기준과 재활용업체 인프라 등을 이유로 든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가성소다를 용해한 세척액은 접착제 라벨 뿐 아니라 주스·간장 등 이물질 등을 제거하려는 이유도 있다”면서 “세척액이 가성소다인 이유는 계면활성제 등을 쓸 경우 폐수처리 담보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수용성 접착제로 전환하면서 비중 1미만 비접착식 라벨의 국내 생산도 늘리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음료·생수 중 유색 페트병을 모두 무색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2021년으로 1년 늦춰졌다. 음료업계 반발로 애초 목표였던 2020년에서 후퇴했다. 맥주 페트병 무색 전환 논의는 걸음마 단계다. 폐기물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9개월이 지났는데 환경부는 여전히 '대책 마련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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