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수준, 세계에서 27번째로 작아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 입장에선 부러워할 정도
장재연 “그럼에도 OECD에선 안좋은 수준… 저감 노력 옳아”
“미세먼지 오염 개선 안하면 건강 피해 급속도로 커질 수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던 지난달 15일 서울 하늘의 모습.(사진=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던 지난달 15일 서울 하늘의 모습.(사진=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미세먼지로 인해 전국이 아우성이다. 도대체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미세먼지 문제 전문가인 장재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국가 순위는?’이라는 글을 올려 미세먼지(PM 2.5)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치를 소개했다. 이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83개국의 2016년의 추정값을 정리해 지난해 발표한 것이다.

장 교수가 미세먼지에 따른 각국의 조기 사망자 추정값을 순서대로 나열하자 1위를 중국이 차지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중국의 연간 조기 사망자 수는 약 115만명이었다. 인도는 약 109만 명으로 2위였다. 한국은 1만5825명으로 세계에서 33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환경부가 추계한 것보다 약 4000여 명이 많은 것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높은 국가로 알려진 나이지리아(3위)는 약 14만명, 파키스탄(4위)은 약 12만명, 방글라데시(7위)는 약 8만2000명, 이집트(9위)는 약 6만7000명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세계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 약 7만7550명, 일본이 약 5만4780명으로 한국보다 조기 사망자수가 각각 5배와 3.5배나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시 미세먼지 농도가 한국보다 훨씬 낮은 독일이 3만7085명, 이탈리아가 2만8924명, 영국이 2만1135명, 프랑스가 1만6294명으로 모두 한국보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숫자가 훨씬 많다. 왜 이런 통계치가 나온 것일까. 인구수를 보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수를 보정해 인구 10만명당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치를 살펴보면 각 나라의 미세먼지 현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도 문제가 있다. 한국의 10만명당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31명이다. 미국(24명)이나 프랑스(25명)보단 많지만 중국(81명), 영국(32명), 일본(43명), 독일(45명)보단 적다. 한국보다 공기질이 좋은 독일이나 일본의 조기 사망자가 한국보다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이런 결과는 인구수만 보정하는 것으로는 국가 간 비교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제기구나 학계에서 합의된 미세먼지가 인구 집단의 사망률이나 병원 내원율 등을 높이는 기전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환자들이 상황이 악화돼서 사망이 앞당겨지거나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수치는 미세먼지 오염도만이 아니라 미세먼지로 인해 악화되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나 유병률 등을 함께 고려한 계산식에 의해 추정하고 있기에 노인 인구 비중이 높거나, 해당 질병 사망률이나 유병률이 높은 국가 등은 미세먼지 오염이 낮더라도 건강 피해가 크게 산출된다”면서 “일본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인구 고령화가 매우 높은 국가다. 노인 연령층일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산출에 적용하는 질병들인 뇌졸중과 심장 질환, 그리고 호흡기 질환이나 폐암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미세먼지 농도가 한국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사망자 수치는 높게 계산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인구 집단의 연령 구조의 차이로 인한 오류 가능성을 해결하려면 연령 표준화를 통해 통계값을 보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현상이나 문제의 원인을 왜곡할 수 있고, 인구 구성이 다른 국가나 집단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령 표준화를 통해 통계값을 보정하면 수치나 순위가 달라진다. 공기가 맑기로 유명한 핀란드 스웨덴 케나다 뉴질랜드의 경우 각각 10만명당 7명으로 조기 사망자 수가 가장 적다. 그 뒤를 호주(8명)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이상 9명), 포르투갈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10명), 일본 룩셈부르크 아일랜드(이상 12명), 덴마크 미국 브루나이(이상 13명), 영국 네덜란드(이상 14명),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우루과이 이스라엘(이상 15명), 독일 벨기에(이상 16명), 파나마(17명)가 잇는다.

한국은 18명으로 에스토니아 자메이키와 함께 2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수준은 개발도상국가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 입장에선 부러운 수준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최상위권인 셈이다. 미세먼지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의 정서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다.

장 교수는 “한국 미세먼지 오염도가 선진국에 두 배 이상이어서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강연이나 글에서 매번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비록 OECD 국가들 중에선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의 지난 30여 년 동안의 미세먼지 오염 개선 성과가 이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5년 동안 중국발 미세먼지 탓과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에만 매달리다가 이웃나라는 40% 가까이 오염이 개선됐음에도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세월을 낭비했다”면서 “자기 주변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문제가 개선될 것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가는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는 한국이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오염 수준에 비해 조기 사망자 수치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것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고령 연령층 비율이 낮고, 뇌심혈관질환과 폐암 등의 사망률 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면서 “미세먼지 오염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고령화와 관련 질환 유병률 증가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건강 피해 역시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위권 국가들이 누리고 있는 환경의 질을 우리도 가지려면, 우리 사회의 에너지, 교통, 산업, 시민의 환경 인식과 실천, 그리고 환경 정책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를 저에너지 고효율의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만이 미세먼지 문제도 해결하고, 온실가스 문제도 해결하고, 에너지 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삼조의 정답”이라고 밝혔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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