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쓰레기를 만들어요'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이 팽팽하게 맞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장성익 지음 | 송하완 그림 | 풀빛미디어 | 2018년 03월 26일 출간 | 220쪽 | 초등
장성익 지음·송하완 그림·풀빛미디어·2018년 03월 26일 출간·220쪽·초등

 

이 책의 한 단락: 돈과 상품이 대장 노릇 하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사람들은 쓰레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보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것이 쓰레기입니다. 물건 쓰레기든 사람 쓰레기든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귀신은 바다를 못 건넌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섬에서 승천하지 못한 영혼은 섬을 떠나지 못한단다. 자본주의가 낳은 귀신이 있다. 쓸모로 포장됐다가 섬에 묶인 이 귀신은 몰디브에도, 태평양에도 있다. 쓰레기 이야기다. 

몰디브의 틸라푸시 섬은 정부가 쓰레기 매립을 위해 만든 인공섬이다. 최고 휴양지인 몰디브는 관관업으로 먹고 산다. 관광객 한 사람당 평균 3.5kg 쓰레기를 버리고 가다보니 섬은 날마다 1㎡ 커진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 섬도 있다. 틸라푸시가 인공섬이라면 하와이와 일본,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해안 사이 각각 자리 잡은 이 두 섬은 자연적으로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졌다. 한반도 면적의 약 7배나 되는 ‘태평양 쓰레기섬'. 사라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산자들을 위협하는 이 쓰레기가 의미하는 건 뭘까.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을 쓰레기라는 창(窓)으로 들여다보면 무엇이 보일까.

◇자본주의가 쓰레기를 만들어요

쓰레기는 우리 삶의 거울이자 문명의 발자국이다. 그래서 쓰레기는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경제·정치·에너지·기후·민주주의·불평등·문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환경 인문 잡지 ‘환경과 생명’ 편집주간을 지낸 저자 장성익은 책 ‘자본주의가 쓰레기를 만들어요’에서 쓰레기가 자본주의의 명암을 그대로 비춘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를 이루는 소비와 성장이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것’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화 이후 쓰레기는 단지 쓸모가 다해 버려지는 물건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핵폐기물 등을 일컫기도 하며 자본의 노예가 된 인간을 말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는 돈이다. 돈이 되면 가치가 있고, 돈이 안 되면 폐기된다.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수천 그루의 비자림을 베어낼 수 있는 것도 서식지를 잃을 동식물보다 돈의 가치를 우선하는 자본의 논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사회가 밀어닥치면서 사람도 일회용으로 전락했다. 일의 분업으로 생산의 효율성은 올라갔지만, 인간은 사물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잃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뭔가를 만들거나 고칠 줄 아는 손재주를 예술의 몫으로 넘기고 정해진 방법과 기준, 즉 회사가 제시한 메뉴얼대로 잘 따라 하기만 하면 돈을 주기 시작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 곤란하다. 부조리 투성이지만 왜?라고 질문하는 순간 폐기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사물에 대한 감각들을 잃어가는 동안 인간은 대체 가능한 상품으로 전락했다. 언제든지 폐기가능 한 인간이 됐다는 의미다. 

자유를 빙자해 스스로 자본의 노예가 되도록 추동하고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 자책하게 만드는 사회, 사람의 생명마저도 돈으로 사고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제일 좋은 쓰레기는 뭘까

제일 좋은 쓰레기는 깨끗하게 처리된 쓰레기일까. 재활용하기 좋은 쓰레기일까. 저자는 쓰레기 처리든 에너지 생산이든 중앙집권적 대규모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활 자치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생 자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좋은 쓰레기란 존재하지 않는 쓰레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 문제를 발생의 관점이 아닌 생산의 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쓰레기 처리의 실패를 개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기업이 생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규제에 대한 국가의 의지다.

누군가 넘치게 누린 풍요로 인해 누군가는 쓰레기 매립장 옆에서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시며 살아야 한다. 자본논리가 내제화 된 사회에서 행복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일지 모른다.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는 도시 밖에 쓰레기 섬을 만들지 않으며, 어떤 사람도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는다.

 

◆ 신간소개 

 

◇'우지 습유 모노가타리' 이 책은 '금석 모노가타리집(今昔物語集)'와 함께 일본 중세 설화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귀족, 무사, 서민, 승려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참새가 은혜 갚은 이야기'와 '도깨비에게 혹을 떼인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흥부 놀부 이야기, 혹부리 영감과 유사해 흥미롭다. 전체 15권 197화의 설화 중 가장 대표적이고 재미있는 60화를 정선해 옮겼다.(지식을만드는지식·1만4800원)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한 짧고 확실한 지식'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대답을 구하고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 헤맨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 프랑스의 권위 있는 시사 주간지 '엑스프레스'의 편집장을 지낸 도미니크 시모네,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스, 생물학자 조엘 드 로스네, 인류학자 이브 코팡이 아무것도 없던 시공간에서 우주가 창조되고 지구가 형성되어 인류가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을 대화를 통해 알려준다.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역사가 우리 몸에 깃들어 있음을 알려주는 책.(갈라파고스·1만5000원)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