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사진=YTN 캡처)
전두환씨.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사진=YTN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극우 논객 지만원씨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면서 전두환씨의 과거 인터뷰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지씨는 지난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강연자로 나와 “5·18은 북한군 600여명이 남한에 내려와 일으킨 폭동”이라는 말했다.

그는 5·18 사진에 등장하는 이들이 북에서 주요 관직, 일부는 탈북자 신분으로 남한으로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지씨의 이 같은 주장은 허위 사실로 이미 결론이 났다. 실제로 그가 북한군으로 지목한 5·18 사진 속 인물들이 소송을 제기, 법원이 지씨에 대해 역사 왜곡의 책임을 물어 손해 배상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이 ‘가짜뉴스’라고 지목한 사안에 대해서 지씨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물론 일부 의원까지 지씨 주장에 동조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보수단체들까지 들고 일어설 정도다.

국민행동본부 등 260개 보수단체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군 침투 등 사실 왜곡과 거짓 선동에 국회의원들이 좌판을 깔아주고 비호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가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드리는 반국가적 행위이자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씨 주장이 황당한 점은 북한군 5·18 개입설이 미국은 물론 전두환씨 발언과도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비밀 해제된 미국 CIA의 정보 분석 문건을 보면 북한군이 5·18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CIA는 1980년 5월 9일 작성한 문건에 “북한군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적었으며, 5·18이 끝난 뒤인 1980년 6월 5일 작성한 문건에는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전두환을 돕는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반복된 북한의 입장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전씨 역시 과거 인터뷰에서 지씨의 북한군 5·18 개입설에 대해 처음 듣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전씨는 2016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란 기자의 물음에 “전혀 (없다)”라고 답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전씨 부인 이순자씨는 “각하(전씨)가 청와대를 경호하는(수도경비사령부) 30대대장 때 북한 특수군(1968년 김신조 일행의 1·21 침투사건)이 내려온 걸 물리쳤고, 1사단장 하실 때 북한이 땅굴을 파고 남침한 걸 잡아냈다. 그래서 광주사태(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간첩을 집어넣어서 광주사태를 악화시켰거나, 또 그걸 기화로 이북에서 사람을 들여보냈거나 그럴 개연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건(북한군 5·18 개입설) 증거가 없다. 그래서 각하는 아예 말씀을 안 한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그 말(북한군 침투설)을 하는 사람은 각하가 아니고 지만원이란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리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독불장군이라 우리가 통제하기도 불가능하다. 그걸 우리와 연결시키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전씨 부부뿐 아니라 당시 군 고위관계자였던 전씨 측근 고명승(전 3군사령관)씨도 북한군 침투설을 부인한다. 고씨는 “북한 특수군 600명 얘기는 우리 연희동에서 코멘트한 일이 없습다”고 말했다.

재밌는 것은 전씨가 고씨 말을 듣다 “뭐라고? 600명이 뭔데?”라고 인터뷰 자리에 있었던 측근들에게 물었다는 것. 국회의원과 특전사령관 등을 역임한 정호용씨가 이북에서 북한군 600명이 5·18 때 침투했다는 주장을 지씨가 한다고 설명하자, 전씨는 “어디로 왔는데?”라고 물었다. 정씨가 “5·18 때 광주로. 그래서 그 북한군들하고 광주 사람들하고 같이 봉기해서 잡았다는 거지”라고 말하자 전씨는 “오…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라고 말했다. 기사를 작성한 신동아 기자는 전씨가 당시 지었던 표정에 대해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전씨는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고 회고록을 통해 북한군 침투설을 내놓았다. 그는 회고록에서 “연고대생으로 알려졌던 600명의 시위대가 북한의 특수군이라는 주장이 몇몇 연구가들에 의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0여년간 집중적인 조사와 연구, 출판 활동 등을 통해 5·18 광주사태와 관련된 진실을 규명해나가고 있는 지만원 시스템공학 박사는, 광주사태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북한이 특수군을 투입해서 공작한 '폭동'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결정적 남침 기회를 노려 우리 대한민국의 내부 혼란을 집요하게 획책해온 북한이 폭동사태로 번진 5·18 광주사태 때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두말이 필요 없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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