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정문 야경(사진=서울대 홈페이지)
서울대학교 정문 야경(사진=서울대 홈페이지)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의 A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는 최근 페이스북에 ‘교수님, 이만 물러가시죠-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려 지난달 29일 A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학생회는 학교 인권센터가 해당 사건을 조사해 성폭력 행위가 사실이란 점을 인정했음에도 A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면서 학생들이 이 같은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회는 “새로 부임할 오세정 총장과 그가 구성할 징계위원회는 반드시 A교수를 파면하고 서울대 본부는 교원징계규정을 개정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A교수를 파면하고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회는 “인문대학 당국은 해당 교수에 대한 인문대 차원의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방지하고 해당 교수를 인문대 수업에서 배제하라. 학생회는 A교수가 마땅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요구하건대, A교수를 필히 파면하라”고 밝혔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가 발표한 ‘교수님, 이만 물러가시죠-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에 부쳐’ 글 전문>

 

지난 화요일(29일) 밤 11시경 서울대학교 인문대 학생회 측은 지난해 서어서문학과 교수에 의해 학생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신고가 있었음을 파악했다. 더하여 인권센터가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 성폭력 행위가 사실임을 인정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해당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하였음을 인지하였다.

사건이 실재하였음을 확인한 후 인문대 학생회는 인문대 학장단 교수님들께 급히 연락을 취하여 관련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집행위원회 차원의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학생회의 대응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회의 결과 인문대 학생회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인문대 전체 학우들의 권리 보호가 최우선 목표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해당 반과 관련 기관들에 협조를 요청하였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밤(30일) 한 제보를 통해 인권센터에서는 이 사안을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안이자, 교수 갑질 사안으로 규정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인문대 학생회 내에서 합의된 문제의식을 명문화하여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대학가에 만연한 갑질과 권력형 성폭력

 

우리는 “또다시” 갑질과 권력형 성폭력을 마주하고 말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회대 H교수와 수의대 H교수 뿐만 아니라 이화여대 조소과 K교수와 관현악과 S교수,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L교수, 연세대 철학과 A교수… 이제, 여기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가 덧붙여졌다. 일일이 나열해보지 않아도 대학가에 만연한 갑질과 권력형 성폭력의 존재는 명백하며 교수들이 학생들의 꿈과 생계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학생사회를 더욱 두렵게, 하지만 동시에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갑질, 성폭력 교수들의 손아귀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 마음껏 원하던 지식을 탐구하고 꿈꾸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학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무력감에 휩싸인 채 우리는 우리의 당연한 인권과 우리의 당연한 미래를 저울질해야 하는가? 우리는 입을 열 것인지 다물 것인지를 선택해야만 하는가? 교수들에 의한 갑질과 권력형 성폭력은 여전히 대학가 깊숙이에 깔려 있으며, 학생들은 추악한 손아귀에 내던져진 채 자신의 미래를 품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미흡한 교수사회의 인권의식

 

작년 한 해 대학가를 휩쓸었던 미투를 겪고도 교수사회의 인권의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투를 이용한다’, ‘좋은 마음에 조금 실수한 것을 부풀려서 이야기한다’, ‘규정상 어쩔 수 없는데도 무리한 처벌을 요구한다’. 하지만 스스로 양심에 되물어 보아도 이러한 핑계가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걸고 이런 일을 함부로 벌일 수 있을까? 이토록 명백한 진술과 증거를 두고도 과장을 말할 수 있을까? 과연, 합당한 처벌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이에 교수사회에 각성을 요구한다. 추악한 갑질/성폭력 교수들과 함께하는 교수사회가 진정으로 지성의 축일 수 있는가? 학문을 갈고닦고 미래를 꿈꾸기 위해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을 추악한 손아귀에 내버려 두지 마라. 우리를 끝끝내 외면하지 마라.

사회대 H교수 사건 이후에도 바뀐 것 없는 현실

사회대 H교수 사건으로 학생사회는 힘겨운 투쟁을 해왔다. 촛불을 들고 문 앞까지 찾아가도, 추운 바람 속에서 천막을 지켜내도, 꿈을 포기하고 자퇴서를 제출해도 정직 3개월 그 다섯 글자는 어찌나 단단한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학생사회는 이러한 징계 문제가 현재의 교원 징계규정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 데서 시작된 문제이며, 인권센터에 정직 3개월과 파면 두 가지의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징계규정 개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은 본부이다. 조금 더 명확하고 실질적인 징계규정을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규정은 그대로였고, 인권센터가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게도 다시금 정직 3개월을 권고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사회대 H교수 사건 이후로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새로 부임할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과 그가 구성할 징계위원회는 반드시 A교수를 파면하라. 또한 서울대학 본부는 교원징계규정을 개정하여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라. 인문대학 당국은 해당 교수에 대한 인문대 차원의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한 편,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방지하고 해당 교수를 인문대 수업에서 배제하라. 서울대학교 인문대 학생회는 A교수가 마땅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우리의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요구하건대, A교수를 필히 파면하라.

 

서울대학교 인문대 학생회는 인문대학 당국과 협의하여 교원인권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본부에 교원징계규정 개정과 인권가이드라인의 학칙을 요구해 나가는 한편, 피해자에 대한 공동체적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한, 이번 사건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가해 교수에 대한 엄중한 처벌, 궁극적으로는 구조적 문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인문대 전체 학우들에게 약속드리는 바이다.

제36대 서울대학교 인문대 학생회장단

학생회장 이수빈

부학생회장 임윤정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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