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홈 제품서 라돈검출… 원안위 6개월째 조사중
에코홈 관계자 잠적… 원안위 "소관법상 조치 불가"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지난해 라돈침대와 같은 사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2019년에는 생활 주변에서 라돈 등이 나오는 제품을 완전히 뿌리 뽑읍시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월 28일 대전 한국원자력 안전기술원 내 생활방사선안전센터를 찾아 기관의 운영 현황과 라돈 측정 서비스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며 이처럼 말했다.

이 센터는 원안위가 생활방사선 제품의 조사 확대 및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개인이 해외에서 구매한 라텍스와 기타 라돈 방출 의심제품의 방사선을 직접 측정해 신고하면, 센터의 전문인력들이 확충된 분석장비를 통해 정밀조사를 실시한다.

에코홈 제품에서 라돈 등이 검출돼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한국소비자연맹 캡처)2019.2.6/그린포스트코리아
에코홈 제품에서 라돈 등이 검출돼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한국소비자연맹 캡처)2019.2.6/그린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일부 소비자의 불안감은 되레 커가는 모습이다. 원안위의 조사도 지나치게 굼뜬 데다 업체가 잠적할 시의 대응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피해자가 에코홈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다.

에코홈의 천연라텍스 매트리스와 베개에서 라돈이 검출된 사실은 지난해 7월 처음 알려졌다. 라돈 라텍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일부 소비자가 방사선 측정기를 직접 대여해 에코홈 제품도 라돈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 소비자는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제품을 사용한 아들이 코피를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에코홈 제품을 4년가량 사용했는데 암이 발병해 투병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에코홈과 이곳 관계자가 현재 회사 문을 닫고 두문불출이란 점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교환해주겠다고 약속한 에코홈이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며 잠적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고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에코홈은 온·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폐쇄했다. 대표이사는 소재 파악도 안 된다.

에코홈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100만원가량을 주고 부부와 아이들이 사용한 라텍스 두 개를 구매했다는 C씨는 “안심해도 괜찮다는 에코홈의 광고만 믿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인터넷 검색으로 피해자들의 정보를 찾지 못했다면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원안위의 늑장 대응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안위 측은 지난해 12월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코홈 관련 조사를 실시 중이지만 아무런 처분도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원안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제품 시료를 확보해 조사 중이지만 아직 기준치 초과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해당 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행정조치는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진즉에 발생했고 대표이사도 잠적한 상황인데 가시적인 대응책을 전혀 내놓지 못한 것이다.

에코홈의 침구 제품(독자 제공)2019.2.6/그린포스트코리아
에코홈의 침구 제품(독자 제공)2019.2.6/그린포스트코리아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황은 변함이 없다. 원안위의 황당한 대응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C씨는 “구청에 연락해 ‘라돈 침대를 어떻게 버려야 하냐’고 물었더니 ‘보통은 업체가 수거해 간다. 업체 대표가 잠적한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하면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라. 잠시 후 원안위 관계자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C씨에게 에코홈 제품에 대한 검사 결과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가 불안해서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장비를 빌려 라돈 수치를 측정하라고 권했다.

C씨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라돈 침대를 쓰라는 것인가.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가 라돈 침대를 어떻게 사용하나. 불안해서 버려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원안위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스티커를 부착해 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그럴 경우 나중에 업체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생활폐기물처럼 처리하라고 권유한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의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보내야 한다. C씨는 “보상을 위해 보관하는 게 맞는지, 지금이라도 버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원안위는 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에코홈 측에 있다고 항변한다. 업체가 잠적했을 시에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곳 관계자는 “조사가 더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에코홈 측이 제공해야 할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협조를 안 하는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에코홈 제품에 대한 실사도 진행했다”며 “11월 말부터 시작된 개인 측정 서비스를 통해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노력을 현재도 지속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원안위가 법을 집행하는 조직이긴 하나 소관법은 원자력안전법 등 일부로 제한돼 있다”며 “해당 소관법들은 업체 폐쇄 및 잠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원안위가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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