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정책수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율 제로 가까워"
국립공원 관통하는 GTX-A 사업도 '들러리 전락' 평가

[그리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정부의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결정 논란이 뜨겁다. 20조 규모 예타 면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다르다고 못 박았다. 4대강 사업과는 질적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내세운 예타 면제 논리는 ‘지역균형발전’이다. 17개 시·도가 신청한 33개(61조원 규모) 가운데 23개 사업에 총 24조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따라 수도권 지자체 사업은 최소한으로 선정했다.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 GTX-B 건설사업,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사업 등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

◇‘균형발전’ 내세운 예타… 여론은 팽팽

 
정부는 지난달 29일 24조1000억원 규모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9.2.3/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는 지난달 29일 24조1000억원 규모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9.2.3/그린포스트코리아

예타 면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팽팽하다. t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맡겨 지난달 30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긍정평가는 40.4%(매우 잘했음 15.0%, 잘한 편 25.4%), 부정평가는 43.2%(매우 잘못했음 20.7%, 잘못한 편 22.5%)로 집계됐다.

정부는 연구 개발(R&D)·환경 복원을 망라했고 지자체 지원 방식, 국무회의 의결 과정 등도 과거와는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이 주도해 제안한 사업을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면제 대상을 선정한 점을 내세웠다.

다만, R&D나 환경 쪽 사업은 구색일 뿐 대부분 사업이 토건 분야에 집중됐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3조6000억원 규모의 R&D 관련 사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20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모두 SOC 토목·건설 사업과 연관됐다.

예타 면제 사업이라고 해서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타 조사 다음 단계인 타당성 조사, 설계, 보상 지급 단계를 거쳐야 착공할 수 있다. 보통 타당성 조사와 설계 단계에서 1~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조 9000억원 정도의 예산 집행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내다본다.

◇환경영향평가 실효성 있을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국무회의 결정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환경부 정책토론회에서 예타 면제 사업에 환경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비록 예타가 면제된다고 해도 추후 사업 진행 과정에 환경성 검토와 갈등 관리 과정이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환경부 책임이나 권능을 이용해 환경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환경부 모든 식구가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환경부 대국민 업무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2.3/그린포스트코리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환경부 대국민 업무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2.3/그린포스트코리아

다만, 조 장관 의지대로 예타 면제 사업에 환경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타 면제 사업에 환경성을 강제할 대표적인 정책 수단은 ‘환경영향평가’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시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예측·평가해 환경보전방안을 강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힘없는 제도라는 평가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환경단체들은 조 장관 의지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예타 면제 사업 앞에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가 가진 한계가 뚜렷하다. 예타는 탈락율이 35~40% 정도 되지만, 환경영향평가는 부동의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가 환경을 해치는 대규모 토건사업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평가 주체가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사업자와 승인기관이 사업 영향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형식적인 통과 절차로 인식한다는 한계를 제기해 왔다. 전문가와 행정 중심 운영 방식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와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7일 착공식을 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환경영향평가가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부는 GTX-A 사업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당시 환경영향평가 결과 42㎞ 노선에 24개 환기구 설치, 국립공원 관통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국토부에 국립공원을 지나야할 불가피한 사유 등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사항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공식화된 GTX-A 사업은 환경부가 조건부로 동의하고 사후 환경영향조사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변경될 확률이 높게 점쳐진다. 환경영향평가가 사실상 졸속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 국장은 “환경부도 노력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예타 면제 사업을 장관이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중립적인 곳에서 하도록 개선돼야 하지만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 그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seotiv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