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은 패시브기술 적용한 ‘단열’과 ‘기밀’
태양열·지열 이용해 에너지 비용 월 5만원 이내
"에너지제로주택 사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실천"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일주일 동안 정전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전등 대신 촛불을 켜고, 온수 대신 찬물로 세수를 하며 '언젠가 먹겠지' 하며 냉동실에 생선이라도 넣어뒀다면 서둘러 버리러 가야 할 것이다. 꺼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할지도 모른다. 에너지 없이 도시는 제 기능 하기가 어렵다. 

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냉난방을 공급하며 조명을 밝히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사용량이 가장 많은 서울은 에너지를 대부분 외부에서 사들인다. 이를 위해 울진, 월성, 고리, 영광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 총 61기는 현재 강원, 경남, 전남, 충남, 인천 이상 5개 광역에서 돌아가고 있다. 생산된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로 건설로 밀양 송전탑과 같은 사회적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전력 생산을 위해 특정지역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전력자립, 불가능할까. 그 길을 묻기 위해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에너지제로 공동주택’ 이지하우스 단지를 찾았다. 

대한민국 최초로 공동주택분야 독일 패시브하우스인증을 취득한 에너지제로주택 102동. 외관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박소희 기자)2019.01.29/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민국 최초로 공동주택분야 독일 패시브하우스인증을 취득한 에너지제로주택 102동. 외관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박소희 기자)2019.01.29/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처음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준공한 서울 노원 에너지제로주택(EZ하우스)에는 121가구가 6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노원구, 명지대가 총 442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투자해 아파트형 공동주택 3개동과 합벽·연립주택 5개동을 건설했다. 지난해 8월14일,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로부터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분야 독일 패시브하우스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지하우스는 일반적 냉난방을 하지 않아도 여름철 26도, 겨울철 20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전기료, 난방비, 온수 사용료 등 에너지 관련 관리비가 월 5만원(39~59㎡ 기준)을 넘지 않는다. 

이지하우스의 기본 원리는 냉난방, 온수, 조명, 환기 에너지를 예측하고, 그만큼을 태양열과 지열로 해결하도록 설계했다. 에너지주택의 핵심 기술은 패시브기술을 적용한 ‘단열’과 ‘기밀’이다.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열이 빠져나가는 길(열교)을 차단하기 위한 열교차단 자재들을 사용했다. 틈새 바람이라도 들어올까 벽체와 프레임 사이는 기밀 테이프를 한 번 더 붙였다. 집 전체가 보온병인 셈이다. 이렇게 줄인 에너지 소비가 61% 가량이다. 

패시브하우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열회수형 환기장치. 따뜻하지만 오염된 공기는 나가면서 바깥의 신선한 공기와 교차한다. 이때 열교환이 이뤄져 열손실을 최소화한다. 이지하우스에서 주민 만족도가 가장 높은 장치기도 하다. (박소희 기자) 2019.01.29/그린포스트코리아
패시브하우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열회수형 환기장치. 따뜻하지만 오염된 공기는 나가면서 바깥의 신선한 공기와 교차한다. 이때 열교환이 이뤄져 열손실을 최소화한다. 이지하우스에서 주민 만족도가 가장 높은 장치기도 하다. (박소희 기자) 2019.01.29/그린포스트코리아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틈이란 틈은 다 막아놨으니 환기가 곤란하지 않을까 싶지만 오해다. 실내의 열은 빠져나가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공기는 실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단열과 기밀이 잘 되어있는 패시브하우스에서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심장’이다.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도 이 열회수형 환기장치다. 환기장치같은 고효율 설비 기술로 13%의 에너지를 더 아꼈다. 

번거로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겨울철에도 훈기는 돌지만, 바닥이 아주 따끈하지는 않다. 뜨뜻한 온돌방을 원한다면 이지하우스에서는 불가능하다. 여름철 따로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실내온도가 26도로 유지되지만 시원함을 바랄 수는 없다. 온수는 지열히트펌프 기술의 한계로 최고 43도까지만 제공된다. 취사나 콘센트 사용은 제로에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김문정 EZ센터 매니저는 “에너지제로주택이 주목 받는 이유는 건물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지하우스의 건립 목적은 신재생에너지 사회로 전환을 위한 에너지자립 주택의 보편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제로 개념이 정립되고, 입주민들의 생활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하우스는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태양빛을 가리기 위해 외부 블라인드를 계속 쳐 둬야 한다. 겨울철 낮에는 외부 블라인드를 올리고 밤에는 다시 내려야 한다. 패시브하우스를 처음 경험하는 입주민들은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때와 같이 하나하나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 번거롭기도, 불편하기도 하니 민원도 뒤따랐다. 패시브하우스 활용법을 익히는 동안 입주한지 벌써 1년. 주민들은 '패시브하우스'에 걸맞는 생활방식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김문정 매니저는 “서울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56%, 전력 소비의 83%를 차지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5000만여톤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에 달한다"며 "에너지제로주택에 사는 것만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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