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논문 발표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에서 댓글 반응을 조작했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드루킹 댓글조작의 형법 및 공직선거법 적용에 있어서 합헌적 해석의 필요성’이란 논문을 31일 공개해 이처럼 밝혔다.

그는 드루킹이 여러 사람을 동원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특정 글에 댓글을 많이 남기거나 특정 댓글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오도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고 있지만 여러 헌법적인 이유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박 교수는 차명 아이디를 이용했다는 점은 차명 아이디의 소유자가 문제제기를 하기 전엔 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차명 아이디의 사용은 네이버에 회원 가입을 할 때 동의해야 하는 이용약관에 금지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네이버와 이용자 사이의 사적 계약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2012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익명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익명 또는 가명의 이용이 범죄로 규정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댓글 달기와 추천하기의 목표가 여론향방에 대한 ‘허위사실의 유포’라는 점 역시 2010년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범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드루킹의 조작대상이 온라인 이용자들의 특정 이슈나 인물에 대한 지지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네이버상의 여론이었다는 점도 드루킹이 처벌받지 않아야 할 이유라고 했다. 그는 불온통신에 대한 1990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불법이 아닌 정보를 불온하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이 위헌인 것처럼 네이버라는 공론장이라고 해서 위법성이 발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드루킹이 댓글 조작에 컴퓨터를 이용한 점도 위법하진 않다고 봤다. 박 교수는 댓글 작성과 추천을 자동화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점 역시 컴퓨터의 기능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된 상황에서 컴퓨터의 원래 기능에 맞게 추천 및 댓글을 다는 것이 위법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작동 방식에 장애를 일으킨 것이 아닌 이상 드루킹을 처벌하는 건 형법 314조2항 업무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다수를 동원해 댓글 달기 및 추천을 벌였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공직선거법 87조와 89조를 보면 온라인상의 ‘좌표찍기’ 행위를 온라인에서 같이하는 일단의 사람을 신설선거운동사조직(87조)이나 유사선거사무소(89조)를 이루는 ‘조직, 시설, 단체, 기관’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인터넷에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할 날’이란 글을 올려 “(김경수 경남지사의 전략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김 지사와 드루킹을 분리해서 사고하려는 전략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면서 그 이유로 “그렇게 긴 기간 그렇게 많은 텔톡이 왔는데 보지 않았다고 입증하기가 어려워 보였다”고 했다. 그는 “(김 지사가) 드루킹의 행위 자체가 중범죄가 될 수 없음을 힘을 합쳐 소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에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할 날>의 전문.

처음부터 잘못 되었다. 김경수와 드루킹을 분리해서 사고하려는 전략 자체가 힘겨워 보였다. 그렇게 긴 기간을 그렇게 많은 텔톡이 오는데 보지않았다고 입증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이럴게 아니라 드루킹의 행위 자체가 중범죄가 될 수 없음을 힘을 합쳐 소명했어야 한다. 드루킹에 대한 유죄판결은 이미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에 조종을 울린 날이었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댓글/추천 올리기에 대해서 컴퓨터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벌금형 정도였다. 당연하다. 첫째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컴퓨터들이 작동하는 방식대로 그 결을 따라 이용을 했고 일일이 손으로 할 것을 자동화한 것 뿐인데 이걸 갑자기 범죄로 몰아치는 것은 신뢰이익에 어긋난다. 미국교수에게 물어보니 웹사이트라는게 원래 막노동으로 하던 걸 자동화한 것인데 웹사이트 만드는 것도 범죄냐고 반문한다. OECD국가 중에서 매크로 어뷰징을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 있으면 제발 알려달라.

둘째 우리나라 인터넷규제가 유별나서 드루킹의 행위도 처벌된다고 치자. 다른 댓글들에 쏠렸을 관심을 가로챘다는 잘못이 있다. 오프라인에 비교하자면 길거리에서 가두확성기를 불법데시벨로 틀어놓은 정도의 일이다. 절대로 징역 살 일이 아니다.

'업무방해'? 네이버의 업무에 대한 손해가 정녕 징역2년어치가 되는가? 네이버의 실명정책을 어겼다고 한들 그건 네이버의 비지니스모델일 뿐 국가가 개입해서 형사처벌로 보호할 일인가? 더욱이 지인들이 자신의 계정을 제공해준 것이라면 실명정책을 어기기는 한 것인가? 네이버가 각자 스스로 쓴 댓글을 통해 여론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도 네이버의 소망일 뿐 이용자들이 곧이곧대로 안 따라 주면 범죄가 되는가? 교수가 좋은 학생들 키우고 싶어서 제발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하라고 얘기하는데 학생들이 10시간 공부 안하면 교수에 대한 업무방해가 되는가? 검찰이 업무방해죄로 노조탄압할 때 사용자가 피해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노조에게 업무방해죄 뒤집어씌울 때가 자꾸 생각난다.

'여론 훼손'? 네이버 댓글 양상이 언제부터 여론이 되었는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그냥 그건 여론이 되고 거기서 다른 사람이 안 쓰는 도구를 써서 주의를 끌면 여론훼손죄가 되는가? 미네르바 처벌하고 비슷한 동어반복의 냄새가 난다. 미네르바가 페이스북 이전 시기에도 팔로워들이 수십만명이었고 이 수십만명이 몰리는 걸 보고 여론을 호도한다며 난리쳐서 미네르바가 처벌을 당했다. 그땐 다음아고라가 '여론'이었고 지금은 네이버댓글이 '여론'이라는 식이다. 게다가 여론훼손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처벌하는 건 원님재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근대국가에 여론훼손죄는 이정현씨가 최근 유죄판결을 받은 방송간섭죄밖에 없고 방송은 방송에게 주어진 특수하고 독점적인 임무 때문에 그런 보호를 받는 것이다.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의 활동이 생각난다. 소비자불만전화는 소비자불만을 털어놓으라고 만든 곳이고 소비자들이 전화해서 '당신 물건 팔아줬는데 당신네 회사가 조중동에 광고해서 기분나쁘다'라고 불만 털어놓았더니 불만을 조금 많이 털어놓았다고 업무방해죄로 처벌당했다. 네이버게시판은 이용자들이 댓글을 달고 추천하라고 만들어놓았고 드루킹은 댓글을 달고 추천하는데 더 열심히 하려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더니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고 있다. 애시당초 알고리즘의 기능방식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므로 원래 컴퓨터업무방해죄의 입법목표였던 해킹도 아니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이 자유롭게 이합집산하며 의견을 표시했던 날은 이제 종부지를 찍는 것인가? 이제 인터넷은 대중운동의 요람이 되지 못하고 극우보수의 가짜뉴스와 일베의 혐오글들만 남기자는 것인가?

국정원 댓글과 비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선거에 영향을 줘서 범죄가 된게 아니라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해서 즉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공무원은 종인데 종이 주인을 오도하려고 해서 범죄가 된 것이다. 국민들이 합법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매크로가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는데 그럼 MS엑셀도 불법이다) 열심히 의사표시를 한 걸 가지고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부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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