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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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 날인 음력 1월 1일. 보통 설 또는 설날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름도 많다. 구정(舊正), 원일(元日), 원정(元正), 원신(元辰), 원조(元朝), 원단(元旦), 삼원(三元), 연두(年頭), 연수(年首), 정조(正朝), 연시(年始), 세수(歲首), 세시 등이다. 대부분 시작, 시초라는 뜻으로 1년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 대로 1년의 행복과 무사 평안을 비는 날이다. 

이 날이 되면 한국인은 음식으로 떡국, 시루떡, 도소주(屠蘇酒) 등을 먹는다. 도소주는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는 약’인 ‘도소’가 들어있다고 해서 도소주다. 

또 조상신의 묘에 성묘를 지내고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며 널뛰기,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를 즐겼다.

한국의 설 명절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7세기 중국 역사서 ‘수서’와 ‘구당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쓰여 있어 국가 단위의 설 관습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 설은 상원(上元)·상사(上巳)·한식(寒食)·단오(端午)·추석(秋夕)·중구(重九)·팔관(八關)·동지(冬至)와 함께 9대 속절(俗節) 중 하나로 불렸다. 이 날이 되면 왕이 천지신과 조상신에 제사를 지내고 신하들에게 7일 간의 휴가를 줬고, 신하들은 왕에게 신년을 축하하는 인사를 올렸다. 

조선시대에는 한식‧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였다. 고려시대에는 불교 관련 행사가 많았다면 조선시대에는 차례 등 유교적인 풍습이 대세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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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는 농사가 국가의 주요 산업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에도 농사 관련 의례가 발전했다. 

우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이 때 종손이 중심이 되어 4대조까지 모신다. 차례가 끝나면 친척들끼리 성묘를 했다. ‘안택’이라 하여 무당을 불러 큰 굿을 하고 집안의 평안을 빌기도 했다. 사람 모양의 짚 인형인 ‘제웅’을 만들어 뱃속에 액운이 낀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종이와 돈을 넣어 거리에 버리는 일도 있었다.

서해안 등 어촌에서는 풍어제를 지내기도 했다. 

민속놀이인 널뛰기, 연날리기 등은 1년의 행복을 비는 기원을 담은 풍습이었다. 정초에 널을 뛰면 그 해 밤에 무좀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연날리기는 섣달그믐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했다. 대보름에는 연 몸통이나 꼬리에 나쁜 기운을 보낸다는 ‘송액(送厄)’ 또는 ‘송액영복(送厄迎福)’ 등의 글씨를 써서 날려 보냈다. 윷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설날에 입는 옷은 ‘설빔’이라 하는데 새 옷이라는 뜻이다. 이 날은 색깔이 고운 옷을 골라 입는데 특히 어린이들은 색동저고리를 입었다. 남자아이는 남색 띠를, 여자아이들은 자색 띠를 둘렀다.

금기사항도 많았다. 설날의 금기사항은 모두 재수, 운, 재물과 관련돼 있으며 지역마다 다르다. 개고기 먹지 않기, 머리 감지 않기, 물이나 쓰레기 버리지 않기, 물동이지지 않기, 비질하지 않기, 성냥 사지 않기, 족제비 보지 않기 등이 있다. 

오늘날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민족 대이동’이 새로운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또 집안에서 민속놀이를 즐기던 것이 인근 박물관이나 민속촌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떡국을 먹는 풍습은 남아 있지만 직접 떡을 만들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판매하는 것을 사 먹는 가정이 늘었다.
 

(Pixabay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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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풍습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멩질’이라 해 귀하게 여겼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되면 설빔인 ‘멩질옷’을 입고 8촌 이내가 모여 집에서 제사를 지냈다. 이것을 ‘멩질 먹으러 간다’고 부른다. 조상에게 제를 지내는 행위도 ‘멩질한다’고 부른다.

제사는 집안에 따라 우선 자신의 집에서 지내고 가까운 친척 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윗집부터 차례를 지내는 경우 먼저 고조부모제를 지내고, 그 다음 증조부모제, 조부모제, 부모제의 순으로 내려온다. 이렇게 제사를 지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손이 많은 집에서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꺼번에 지내기도 하는 등 절차가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1월 1일부터 15일까지 모든 친척집을 방문하며 드렸던 세배도 2~3일 안에 끝낸다. 

제주 지역의 설음식은 시루떡, 은절미, 솔변, 절변, 기름떡 등의 각종 떡과 채소류, 청주류가 있다. 채소 중에서는 고사리를 가장 귀하게 여겼다. 

차좁쌀로 만든 오메기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뒤 맨 위에 떠오른 것을 뜨면 청주가 됐다. 아래에 가라앉는 것은 ‘탁배기’라 해 제사와 관계없이 마셨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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