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사라진 롤러블TV… 내용도 규모도 민망한 ‘한국판 CES’
하루만에 사라진 롤러블TV… 내용도 규모도 민망한 ‘한국판 CES’
  • 주현웅 기자
  • 승인 2019.01.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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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IT 산업 융합 전시회는 곳곳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 전자·IT 산업 융합 전시회는 곳곳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네이버의 앰비덱스. 행사장 입구에 자리 잡았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네이버의 앰비덱스. 행사장 입구에 자리 잡았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한국판 CES’라기엔 다소 민망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국 전자·IT 산업 융합 전시회’는 곳곳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행사 이틀째인 30일 시민 발길은 그나마 늘었다. 하지만 전시물 자체가 워낙 빈약한 까닭에 둘러보기만 하다 가는 관람객이 상당수였던 건 여전했다.

삼성동 코엑스의 일반 박람회장보다 작은 DDP 알림 1관. '한국판 CES'가 이곳에서 열렸다. 행사장 입구는 네이버가 차지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연구에 필수적인 ‘하이브리드 HD맵’과 로봇팔 ‘엠비덱스’를 전시했다.

하이브리드 HD맵은 도로 면의 정보를 추출하는 게 핵심이다. 이날 시연에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다른 차량과의 거리 등을 스스로 파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장애물과 급격히 가까워지면 신호음을 보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로봇팔 앰비덱스는 말 그대로 팔 기능을 한다고 소개됐다. 한 팔의 무게가 2.6㎏가량으로 사람 팔보다 가볍지만 3㎏ 이상의 무게를 견딘다. 산업용 로봇 수준의 정밀 작업도 가능하다. 최대 5m/s 속도로 움직여 짐을 옮기는 등 다양한 일상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네이버 부스의 관계자는 “두뇌 기능을 직접 장착하지 않은 게 앰비덱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5G 네트워크에 연결된 외부의 클라우드가 뇌 역할을 대신하는 덕분에 제조 단가와 배터리 소모율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마이크로 LED TV는 화면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화질도 선명해 공연 영상을 보면 마치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느낌을 준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의 마이크로 LED TV는 화면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 화질도 선명해 공연 영상을 보면 마치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느낌을 준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 사내벤처 C랩이 개발한 티스플레이.(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 사내벤처 C랩이 개발한 티스플레이.(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네이버 뒤편은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한국 1위 기업답계 규모가 가장 컸다. 삼성은 웨어러블 로봇과 각종 시스템 반도체를 선보였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TV’와 사내 벤처 C랩이 개발한 ‘티스플레이’였다.

화면 크기를 무한대 늘릴 수 있는 마이크로 LED TV는 깨끗하고 입체적인 화질까지 더해져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재생되자 한 시민은 “공연장 맨 앞자리에서 직접 보는 것 같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스 관계자는 “어떤 공간에 설치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슬림한 디자인도 자랑거리”라며 “화면의 배율은 물론 해상도 역시 조절할 수 있어 그야말로 무한한 기술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C랩 부스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여러 제품 중 티스플레이에 집중했다. 1인 미디어 시장을 공략한 기술이다. 형형색색의 종이가 광고판으로 변한다. 웹캠을 통해 미리 촬영된 영상을 소프트웨어가 인식해 해당 재생물을 화면으로 송출하는 식이다.

티스플레이 부스 관계자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중간 광고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지 않냐”며 “티스플레이를 통해 앞으로는 크리에이터들이 입고 있는 옷을 통해 광고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하루 전날까지 있었던 롤러블TV가 해외 전시회에 보내져 그 자리를 대신했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하루 전날까지 있었던 롤러블TV가 해외 전시회에 보내져 그 자리를 대신했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행사장 왼쪽 구석에는 LG전자가 있었다. LG는 부스 중앙에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선명한 영상을 보여주면서도 유리처럼 투명한 이 TV는 두께도 매우 얇아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LG 부스를 찾은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롤러블 TV’가 하루 만에 사라진 때문이다. 이곳 관계자는 “회사 사정상 해외 전시회에 보냈다”며 “당초 예정됐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LG와 삼성 부스 사이에 위치했다. △옥수수 VR △음악 앱 'Flo'의 AI 추천 기능 △홀로그램 생성 장비인 '홀로 박스' 등을 전시했다. CES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AI 로봇 DJ’는 없었다.

코웨이도 참가했다. 전자기업과 달리 중장년층의 관심이 컸다.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제품은 아직 시장엔 출시되지 않은 스마트 변기였다. 스마트폰과 연동 가능한 이 변기는 부착한 키트를 통해 오줌 상태를 분석함으로써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관람객이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하자 부스 관계자는 “아직은 출시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SK텔레콤은 AI 로봇 DJ 대신 사람의 몸동작을 화면에 아바타로 구현하는 공연을 펼쳤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SK텔레콤은 AI 로봇 DJ 대신 사람의 몸동작을 화면에 아바타로 구현하는 공연을 펼쳤다.(주현웅 기자)2019.1.30/그린포스트코리아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 코웨이 등 5개 대기업과 4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전 세계 160개국 45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CES의 한국 버전이라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으로 급히 준비된 까닭에  졸속 추진 논란과 혈세 낭비란 비판이 일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불편한 속내를 애써 감추고 있다. 모 기업의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어진 행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CES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구매자와 도매업자가 대상인 한 행사이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정치적 긴장감까지 안아야 하는 한국판 CES에 왜 우리들이 돈까지 들여가며 참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9일 막을 올린 이번 행사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chesco12@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