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석탄화력발전소 성능개선 계획 수립
산업부 "수명연장 불허할 법적 근거 없어"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는 9일 충남 당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진화력 1~4호기 성능개선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2019.01.09/그린포스트코리아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충남 당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진화력 1~4호기 성능개선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2019.01.0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특단 조치를 약속했지만, 소관 부처는 석탄화력발전의 수명 연장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의지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전공기업 5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발전공기업들은 2019년 보령화력 3호기로 시작해 2030년까지 30개의 석탄화력 성능개선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성능개선 비용을 확보하려면 수명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석탄발전업계의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3일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발전소 수명이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수명연장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했을 때 정부가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령화력 3호기는 이미 수명연장을 위한 성능개선(Retrofit) 사업 준공에 착수했다. 한국중부발전은 2025년까지 보령 4~6호기의 핵심설비 및 환경설비 추진 계획도 밝혔다. 발전소 관계자에 따르면 보령화력 3호기부터 6호기까지의 환경설비·성능개선 사업으로 연장된 수명은 15년 정도다. 

발전소가 발전기 수명연장 움직임에 들어간 배경에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크다. 개정안에 따라 화력발전의 40%가 집중된 충남은 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기준을 현행 10∼25㎎/㎥에서 5∼12㎎/㎥로 늦어도 올 상반기까지 2배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설비대로라면 최초 설계보다 가동을 단축해야 한다. 가령 당진화력 1~4호기의 경우 최초 설계인 2029~2031년보다 가동 수명이 10년 가량 줄어든다. 

문제는 발전소들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탈진·탈황 등 환경설비를 개선하며 보일러 등 주 설비까지 교체해 발전소 수명을 연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후화 된 설비를 현대화 하면 연료 소비가 줄어 환경개선 효과를 본다는 것이 발전소 측 주장이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능개선 계획을 세운 석탄화력은 △한국남동발전 (삼천포 5·6호기, 영흥 1·2호기) △한국중부발전 (보령 3~6호기) △한국서부발전 (태안 3~8호기) △한국남부발전 (하동 1~8호기) △한국동서발전 (당진 1~8호기) 이상 총 30기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정부는 2017년 43.1%였던 석탄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6.1%로 줄인다고 했지만 최근 드러난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연장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게 한다”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수명연장을 불허하고, 신규 건설 인허가는 철회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내 최대 규모인 삼척화력발전소도 1년 전 인·허가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은 더 커진 것”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어 수명연장을 강제할 수 없다는 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석탄발전소의 진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과거 정부가 허가한 9기 가운데 7기는 법적문제, 지역상황, 고용문제 등을 고려해 최고 수준의 환경관리를 전제로 건설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중 당진에코 1·2기는 LNG로 전환 건설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30년 이상 된 노후석탄 발전소 10기는 이전 정부가 목표한 2025년보다 3년 앞당겨 2022년까지 조기 폐쇄할 방침"이라며 "올해 수립 예정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석탄화력 상한제약 발령 조건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충남과 수도권 등 대규모 석탄 발전단지를 친환경 연료 발전소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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